“진짜 사장 나와라”…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산업계 흔드는 ‘원청교섭’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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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원청교섭 결의대회’를 개최한 모습. /금속노조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한 달 만에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유례없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이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철강·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의 대기업들이 '원청 교섭 파업'의 타깃이 되면서 국가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추진 중인 원청교섭 인원은 최근 2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이 중 80%가 넘는 1만6304명이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교섭에 응할 때까지 7월15일부터 세 차례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 취임 이후 개별 계열사 파업은 있었으나, 5개 주요 계열사가 동시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노조의 기세는 최근 잇따른 사법·행정기관의 판단에서 기인한다. 앞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6일 현대제철 자회사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인용하며 원청의 사용자성을 구체화했고, 경남지노위는 한화오션에 대해 하청(웰리브) 노조의 교섭 요구 미공고 시정 명령을 내렸다.

사법부 판단도 힘을 보탰다. 대법원은 최근 포스코 하청업체 근로자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를 확정하며 사실상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휘·명령을 행사했다면 직접 고용과 교섭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법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전경. /포스코

이 같은 파장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9일까지 한 달간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요구는 약 1000건을 웃돌며 급증했다. 포스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도 잇따라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대상에 포함된 상황이다.

노사 간 대치가 격화되면서 경제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을 필두로 자동차·철강·조선 등 국가 기간산업 전반에서 업종별 공동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관계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관련 판단이 보다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교섭단위 결정 제도는 교섭창구 단일화 틀 안에서 운영될 필요가 있으며, 이해관계 차이가 크지 않거나 교섭 요구 안건이 동일한 경우에도 일방의 요구만 반영해 교섭단위를 분리할 경우 교섭 혼란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경총 조사 결과 매출 5000억원 이상 대기업의 87%가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답했다. 기업들은 노사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핵심 이유로 △하청 노조의 원청 대상 교섭 요청 및 과도한 요구 증가(74.7%) △실질적 지배력 기준 모호에 따른 법적 분쟁 급증(64.4%)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노조 측과 얘기해보겠지만, 원만한 협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통상임금과 정년 연장 등 고난도 의제가 많은데 여기에 원청교섭 이슈까지 더해져 임단협 타결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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