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DEX·TIGER·ACE…ETF 브랜드에 숨은 운용사들의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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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경쟁이 수익률 중심에서 브랜드명 전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픽사베이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경쟁이 수익률 중심에서 브랜드명 전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 구분을 넘어 운용사의 시장 포지셔닝과 투자자 타깃 전략이 이름에 그대로 반영되면서 네이밍 자체가 투자 전략이 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TF 브랜드명이 설명형 중심에서 전략형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국내 ETF 시장 초기는 설명형 브랜드가 주를 이뤘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는 ‘Korea+Index’ 구조를 기반으로 한 직관적 네이밍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ETF 개념이 생소하던 시기, 상품 구조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이는 곧 시장 1위 브랜드로 이어졌다.

이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미지 중심 브랜드가 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는 호랑이라는 상징을 활용해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투자 성격을 상징화했다. ETF를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닌 직관적으로 기억되는 투자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신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DAISHIN343의 숫자 ‘343’은 대신금융그룹 본사가 위치한 ‘삼일대로 343’에서 따왔다. 과거 1970~80년대 명동 금융 시대를 이끌었던 대신증권이 여의도를 거쳐 다시 명동으로 회귀하며 내세운 ‘제2의 명동 시대’ 상징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단순 신규 브랜드가 아닌 리브랜딩을 통한 전략 재정의가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운용사들은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기보다 투자자 인식과 글로벌 확장성을 고려해 이름 자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올 들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ETF 브랜드를 ‘TIMEFOLIO’에서 ‘TIME’로 축약했다. 투자자의 접근성과 검색 편의성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단순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홍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회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투자자의 편의성에 대한 요구가 강해짐에 따라 TIMEFOLIO ETF를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고 찾기 쉬운 브랜드인 TIME ETF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기존 ‘ARIRANG’ 브랜드를 ‘PLUS’로 전환했다. 이는 한화그룹 금융상품 공동 브랜드 ‘LIFEPLUS’에서 착안한 것으로, 브랜드 통합성과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PLUS’에는 보이지 않는 가치에서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철학이 담겼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CMO는 “브랜드를 바꾼다고 성과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며 “PLUS ETF의 이름 변경은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라 운용 철학과 색깔을 담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신한·우리·키움 등 운용사들도 그룹 계열 브랜드를 기반으로 ETF 브랜드를 재편하거나 통합했다. 신한자산운용은 ‘SMART’에서 ‘SOL’로, 우리자산운용은 ‘WOORI’에서 ‘WON’으로 바꿨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기존 ‘KOSEF’와 ‘히어로즈’를 통합해 ‘KIWOOM’으로 단일화했다.

반면 KB자산운용은 지난 2024년 기존 ‘KBSTAR’ 브랜드를 대신해 ‘RISE’ 브랜드를 도입했다. 그룹명 ‘KB’를 지우고 ETF 사업의 독립성과 차별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상승·성장’이라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편했으며, 슬로건은 ‘다가오는 내일, 떠오르는 투자(Rise Tomorrow)’다.

또한 브랜드 변경이 단순한 이미지 쇄신을 넘어 검색 환경까지 고려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알파벳 ‘A’로 시작하는 ‘ACE’ 브랜드를 통해 검색 최상단 노출 효과를 노렸고, 하나자산운용은 숫자 기반의 ‘1Q’ 브랜드로 대응했다. 하나자산운용 역시 기존 ‘KTOP’에서 ‘1Q’로 브랜드를 변경하며 동일한 전략 흐름에 합류했다. 현재 ETF 검색창에서는 ‘1Q’가 먼저, ‘ACE’가 그 뒤를 잇는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KINDEX’를 ‘ACE’로 변경했다. 성과 중심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배재규 대표는 지난 2022년 취임 직후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A Client Expert)’로 전면 개편하며 브랜드 체계를 재정비했다.

이처럼 국내 ETF 브랜드는 리브랜딩 중심의 전략형 구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상품명이 아니라 운용사의 투자 전략, 타깃 고객, 글로벌 확장 방향까지 반영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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