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스티븐 킹의 소설 ‘언더 더 돔(Under the dome)’은 미국 시골 마을이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투명 돔에 덮이는 이야기다. 돔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을을 고립, 자원고갈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소설과 똑같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도 거대한 돔 아래 갇힐 위기에 처했다. 그 원인은 하늘 위 비행기가 만드는 ‘비행운(飛行雲, Contrail)’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행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온실’을 만든다. 그리고 그 온실은 ‘기후변화’라는 재난을 부르고 있다.
◇ 보이지 않는 온실막, 하늘서 17시간 넘게 지속
비행운의 기후변화 영향은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 연구팀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항공 부문의 기후영향 구성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행운의 영향 비율은 2005년 52%에서 2011년 54.9%, 2018년 56.9%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항공 운항 증가로 비행운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력도 높아진 것이다.
맨체스터대 연구팀은 “전 세계 항공 운항은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지표면 온난화를 유발하는 인위적 기후변화에 기여한다”며 “이중 선형 비행운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권운은 가장 높은 비율의 복사강제력을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비행운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우리가 하늘을 쳐다보면 비행운이 머무는 시간은 몇분 남짓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존재하는 비행운이 어떻게 지구복사에너지에 영향을 미쳐 온실가스를 발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원리는 단순하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비행운이 ‘오랫동안’ 하늘에 남기 때문이다. 미항공우주국(NASA) 랭글리연구소 과학자들은 정지궤도 위성데이터를 이용, 비행운이 권운으로 변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그 결과, 상업용 항공기에서 발생한 비행운 무리는 최대 17시간 이상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늘을 덮은 비행운 면적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항공기 기준 권운화된 비행운의 면적은 3만5,000km²에 달했다. 이는 우리나라 면적의 약 35% 수준이다. 쉽게 말해 서울시 면적의 58배가 넘는 거대한 비닐하우스가 하늘에 17시간 동안 유지가 되는 셈이다.
영국기상청 연구진은 2009년 3월 영국 인근 상공에서 18시간 동안 지속된 5만km² 규모 비행운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비행운이 발생 지역 상공에서 18시간 평균 약 20W/m²의 순복사강제력을 나타났다. 이를 전 지구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0.7mW/m²다. 당시 전 세계 항공기 전체의 지속성 비행운이 만드는 일평균 복사강제력의 약 7% 수준이다.
◇ 저황연료부터 회피경로까지… 비행운 대책 마련 분주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비행운이 지목되면서, 항공업계도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그을음’ 발생을 줄이는 신형 엔진 개발 등이 주요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연에 의한 그을음이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것은 맞지만 비행운 생성 자체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일 DLR 연구팀은 비행기 엔진에서 배출되는 그을음 입자가 크게 줄어도 비행운 자체는 감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에어버스’의 ‘A321neo’ 항공기 배출가스를 측정했다. 이 항공기에는 그을음을 최소화하는 최신형 ‘LEAP-1A’ 엔진이 장착됐다. 이를 통해 항공기 배출가스 내 그을음 정도와 비행운 간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을음 수준은 1,000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으나 비행운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얼음 결정은 줄지 않았다.
DLR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그을음을 줄이는 연소 엔진 구성만으로는 비행운의 온실효과를 줄이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연료 조성 및 윤활유 배출 구조의 변경이 비행운 감소를 위한 대책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저황(S) 항공유’다. DLR과 NASA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에어버스 ‘A350-900 항공기’를 대상으로 황 함량이 다른 연료를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황 함량이 낮은 연료는 일반 연료 대비 휘발성 입자와 비행운 얼음 결정이 줄었다.
공동 연구진은 “항공연료의 황 성분은 연소 과정에서 황산(H₂SO₄)으로 전환돼 물과 함께 그을음 입자 표면에 응축된다”며 “그을음 입자 표면에 생긴 황산과 물의 코팅막은 공기 중 수증기를 끌어당겨 비행운 얼음 결정 생성을 촉진한다”고 설명했다.
저황연료와 함께 ‘비행운 생성 회피 경로’도 대응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는 비행운이 자주 발생하는 고도나 지역인 ‘얼음 과포화 구역(ISSR)’을 회피하도록 비행경로를 바꾸는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2050년까지 비행운 생성 회피 경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간 세계 평균 기온은 0.003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비행운 회피로 인한 평균 온도 감소 효과는 연료 소모로 인한 온도 상승 효과의 63배에 달한다”며 “이는 파리 협정에서 제시한 남은 지구 온도 상승 한계치의 9%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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