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죽음의 문턱이 된 가드레일, 이제는 ‘안전 방패’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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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지난 2010년 7월, 영종도 인천대교 위를 달리던 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4.5m 아래 갯벌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하며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신현기 기자 (포인트경제)
신현기 기자 (포인트경제)

세월이 흘렀지만, 도로 위 가드레일은 여전히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는 60대 여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낭떠러지로 추락해 4명이 사망했고, 며칠 전 비 내리는 고속도로에서도 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5m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사고가 재발했다.

이 비극적인 사고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차량의 도로 이탈을 막아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가드레일이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드레일은 단순한 도로 부속물이 아니다. 통제력을 잃은 차량이 길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 2차 피해와 추락을 방지하는 ‘생명의 보루’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부실한 설치와 형식적인 기준으로 많은 구간의 가드레일이 차량의 무게와 충격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구식 모델이거나, 지주(기둥)의 매설 깊이가 얕아 충격 시 힘없이 뽑혀 나간다.

특히 설치된 지 수십 년이 지나 부식되고 약해진 가드레일이 보수 없이 방치되어 있다. 이는 사고 시 오히려 차량을 관통하거나 흉기로 돌변하는 원인이 된다.

현장 특성 무시한 채 낭떠러지, 교량 위 등 대형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에는 강화된 규격의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산 논리에 밀려 일반 도로와 동일한 규격을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로를 유지·관리하는 주무관청의 가장 큰 사명은 국민의 안전한 통행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운전자의 부주의’나 ‘과속’만을 탓하는 사이, 정작 사고를 막아줄 수 있었던 안전 시설물의 결함은 외면당하고 있다.

기준에 못 미치는 엉터리 시설을 방치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다.

반복되는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

첫째, 전국 단위의 ‘안전 등급’ 전수 조사하여 추락 위험 지역(고지대, 교량, 급커브)을 중심으로 설치된 가드레일의 충격 흡수 등급과 지반 고정 상태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

둘째, 실전형 충돌 시험 및 기준 강화로 현대 차량의 대형화(SUV, 전기차 등 중량 증가) 추세에 맞춰 가드레일 강도 기준을 상향하고, 실제 사고 상황을 반영한 엄격한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가드레일 실명제 및 유지보수 이력 관리 강화로 누가 설치했고 언제 점검했는지 기록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부실 설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노후 시설물은 즉시 교체해야 한다.

끝으로 지형지물 맞춤형 안전시설 도입으로 낭떠러지 구간에는 단순한 가드레일을 넘어, 추락 방지용 고강도 방호벽이나 충격 흡수 시설을 복합적으로 배치하는 설계가 필수적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대처는 안 된다. 엉터리 가드레일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도로 위 모든 구간이 죽음의 낭떠러지가 되지 않도록, 정부와 관계 기관은 지금 즉시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예산과 행정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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