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서기찬 기자]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거성 이상해가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깊은 회한과 부모님을 향한 죄책감을 드러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16일 방송된 MBN 밀착 다큐 프로그램 '특종세상'에서는 '코미디 대부' 이상해의 인생사가 조명됐다.
이날 그는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찬란했던 시절을 회상하던 중, 돌연 자신의 모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뜨거운 후회를 쏟아냈다.
"가짜 발음으로 합격"… 학업 포기하고 택한 '코미디언'의 길
6남매 중 장손으로 태어나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상해였지만, 그의 운명은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공고문으로 바뀌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신문에 이만하게 배우 모집 공고가 실렸다. 가서 시험을 봤다. 말도 안 되는 거 영어 노래. 전부 가짜 발음으로 그냥 부르는 거다. 하나도 맞은 게 없다. 발음이고 박자고 다 틀렸다. 떨어졌구나 실망하고 있는데 나 보고 '합격했으니까 빨리 나와'라더라"며 고교 중퇴 후 유랑극단에 몸담게 된 기막힌 사연을 전했다.
그렇게 시작된 코미디언의 길은 성공적이었다. 이상한과 콤비를 이뤄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故 이주일을 '코미디 황제'로 등극시킨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스탠딩 코미디의 대가로 우뚝 섰다.

"선생님 말씀 들었더라면"… 모교 명패 쓸어 내리며 보인 눈물
하지만 성공한 대스타에게도 고등학교 교문 앞은 넘지 못할 문턱이었다.
비 내리는 날 모교를 찾은 그는 "이쪽으로 오게 되면 제가 이 앞을 꼭 지나간다. 지나가도 이리로 들어가지 못한다. 저는 이 학교의 죄인이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왜냐하면 선생님이 가르치실 때 열심히 공부했으면 제가 얼마나 훌륭하게 됐겠냐. 제가 제일 후회하는게 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공부해라' 이렇게 말씀하실 때 그 말을 안 들었던 것이 제가 제일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학업 중단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상해는 "집안에서 (코미디언 되는 걸) 어머니가 반대했다. '너 왜 굿쟁이 하냐?' 이거다. 어느 집 자손인데 네가 굿쟁이를 하고 앉아있냐고 못하게 했다. 저놈이 우리 집안을 망쳤다고 했다"며 당시의 참담했던 심경을 전했다.
뒤늦게 인정받았지만… "어쨌든 나는 죄인"
다행히 아들이 이름을 떨치자 부모님의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
이상해는 "근데 점점 이름 떨치니까 아버지가 구경 다녔다. 멀리 와서 보시고 그러면서 점점 야단치는 게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용서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지운 마음의 짐은 여전했다. 그는 인터뷰 끝에 "어쨌든 죄인은 죄인이다"라며 고개를 숙여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도 배움에 대한 갈망과 부모님에 대한 도리를 잊지 못한 거장의 고백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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