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더불어민주당 강희은 부산 중구청장 후보(35)가 보수의 심장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구의회 8·9대를 거친 현직 부의장이 감시자의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이다. 그의 출마는 단순한 세대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통적 보수 텃밭인 중구에서,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30대 여성 후보가 재선 현직 구청장에게 정면 승부를 건 이 장면은 6.3 부산 지방선거의 가장 주목할 장면 중 하나다.
본지는 지난 14일 오후 강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이번 지선에서 맞붙을 상대는 3선에 도전하는 최진봉 현 구청장이다. 30대 패기와 70대 관록의 대결은 중구를 넘어 부산 정치판 전체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다.
강 후보는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35세 청년 정치인이다. 제8·9대 중구의회 의원을 지내며 전반기·후반기 운영자치위원장을 연임했고, 현재 제9대 부의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부대변인과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하며 당내 기반도 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빈집정비기금 조례·청년복합공간 설치·운영 조례 등 5건을 한 번의 정례회에서 일괄 통과시켰다.
◆ 감시자에서 설계자로, 전환의 이유
선거사무소 한켠에 마련된 작은 책상 위에는 지역 현안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강 후보는 자리에 앉자마자 “오늘도 산복도로 주민들 만나고 왔다”고 운을 뗐다. 8년간 의회에서 집행부를 들여다보던 눈빛에서 이제는 직접 행정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바뀐 것이 역력했다.
구의회 부의장으로 집행부를 가장 가까이서 들여다보다 직접 행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결심의 계기를 묻자 그는 잠시 생각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지난 8년간 목격한 중구의 현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발걸음이 멈춰버린 도시였습니다. 북항 시대라는 거대한 기회가 눈앞에 와 있는데도, 낡은 정치 문법과 소모적인 이해관계에 발이 묶인 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빈집정비기금 조례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세 차례 부결을 직접 경험한 기억이 아직 생생한 듯했다.
“빈집은 단순한 미관 문제가 아닙니다.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동네 전체의 활력을 갉아먹는 민생의 핵심 과제입니다. 그 조례가 정치적 이해관계로 세 차례나 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절감했습니다. 행정이 구민의 삶을 지키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의 ‘장소’가 되어버린 현실이었습니다.”
끈질긴 설득 끝에 조례를 통과시킨 경험이 출마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린이집 무상우유급식 지원 조례’도 이끌어냈습니다. 결국 문제는 ‘사람’이고, 그 사람의 ‘의지’가 정체된 도시를 움직인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 세 번 부결, 끝내 통과···끈기가 곧 실력
8년의 의정 경험이 구청장직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묻자 강 후보는 실적부터 꺼내 들었다. 수사보다 숫자로 말하는 스타일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저는 말보다 실천으로 역량을 증명해왔습니다. 부산시 기초의원 중 조례 발의 1·2위를 다툰 성실함, 세 번의 부결에도 굴하지 않고 끝내 민생 조례를 통과시킨 끈기가 제 의정 활동의 증표입니다.”
예산 심의 경험에 대해서는 “행정의 비효율을 짚어내던 그 날카로운 시선이 이제는 예산을 가장 효과적인 곳에 투입하는 실무적 통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취임 첫날부터 시행착오 없이 즉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홍콩섬 모델로 중구를 다시 그리다
인구 감소, 원도심 공동화, 소상공인 위기 등 산적한 현안 앞에서 4년 임기의 우선순위를 묻자 강 후보는 지도를 펼치듯 중구를 세 개의 축으로 나눠 설명했다.
“단일 과제를 꼽는 것보다 세 개의 축을 동시에 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중구의 미래 패러다임을 홍콩섬과 같은 역동적 구조로 재정립하겠습니다.”
비즈니스 축은 중앙동·영주동을 북항 시대에 맞는 금융·해양물류 거점으로, 상업 축은 자갈치·국제시장·남포동을 홍콩 침사추이처럼 글로벌 관광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했다. 정주 축에 대해서는 “동광동·대청동·보수동·영주동 산복도로 권역을 중장년이 다시 실력을 발휘하고 청년이 안심하고 정착할 수 있는 스마트 정주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이 세 축을 하나의 경제 궤도로 엮어내는 것이 임기 내 가장 시급한 과업입니다. 중구는 단순한 원도심이 아닌 글로벌 경제 거점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 ‘여당 프리미엄’을 재정으로 끌어온다
중구의 빠듯한 재정 여건을 지적하자 강 후보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강력한 외부 재원 확보, 내부 지출 구조조정, 자생적 세수 기반 마련이라는 3박자가 맞물려야 합니다.”
여당 후보라는 위치를 재정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분명히 했다. “중앙정부·부산시와의 ‘원팀 프리미엄’을 활용해 원도심 활성화 사업과 국책 공모사업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불필요한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는 ‘예산 다이어트’를 예고했다.
세수 확충 방안으로는 해사법원·해운기업 유치를 통한 법인 지방소득세 증대와 남포동·자갈치 상권의 스토리텔링 개발을 통한 소비 확대를 제시했다. “주어진 예산을 나누는 행정이 아니라, 재원을 직접 발굴하고 끌어오는 ‘강력한 세일즈 행정’으로 중구의 재정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 인지도 아닌 신뢰로 승부한다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를 묻자 강 후보는 유리한 요소와 불리한 요소를 거침없이 짚었다. 자기 약점을 직시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핵심 변수는 ‘누가 더 구민의 깊은 신뢰를 얻느냐’입니다. 단순히 이름이 얼마나 알려졌느냐를 넘어 중구의 위기를 해결할 진정성과 실력이 있느냐가 승패의 분수령입니다.”
유리한 요소로는 젊음이 가진 압도적 기동력을 꼽았다. 반면 불리한 요소에 대해서는 “상대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곧바로 “인지도는 이름을 아는 것이고, 신뢰는 마음을 얻는 일”이라며 “남은 기간 구민 한 분이라도 더 만나 인지도의 차이를 압도적인 호감으로 바꿔내겠다”고 했다.
◆ 수리가 아닌 전환, 중구를 다시 쓴다
‘왜 강희은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정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저는 중구의 문제를 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중구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설계자입니다. 기존 정치는 부족한 곳을 조금 메우는 기술적 보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구가 마주한 소멸의 위기는 그런 임시방편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북항을 둘러싼 기회를 강조할 때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해양수산부가 들어오고, 해운기업들이 곁으로 다가오고, 북항 시대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살려 중구를 다시 부산의 자존심으로 만들려면 변화의 흐름을 읽고 도시 전체를 재설계할 리더십이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완이 아닌 전환.’ 저는 그 방향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8년의 훈련을 통해 실행할 준비를 마쳤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 보수 텃밭에서 번지는 실용의 민심
인터뷰 말미, 보수 텃밭 중구의 민심 변화를 묻자 강 후보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온도를 전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민심은 과거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제 중구민들은 이념보다 삶을,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계십니다.”
‘당이 어디냐’를 묻기보다 ‘누가 실제로 내 삶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경제 침체, 일자리 부족, 열악한 주거환경 앞에 놓인 현실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변화를 갈망하던 어르신들부터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들까지, 젊은 여당 후보가 중앙정부와 손잡고 중구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것에 뜨거운 기대감을 보내주고 계신다”며 “정당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봐도 중구를 위해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적임자임을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의 손에는 다음 일정 메모가 쥐어져 있었다. 오후 늦게도 골목을 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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