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2년 전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책임에 대한 질문을 남겼다. 재난 상황에서 국가의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고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알려지면서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원인을 밝혀내겠다며 진상조사가 진행됐으나 여전히 실체적 진실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여전히 반복되는 이유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이러한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여전히 남겨진 과제 앞에서 이러한 다짐이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정치권의 실천적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304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참석한 것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사고 이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등이 연달아 출범하며 나름의 결과를 내놓았지만,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연된 이유 등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추어진 진실은 오히려 유가족의 불신만 키웠다. 유가족들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책임 인정을 비롯해 미공개 기록의 공개 등 6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사고를 단순히 ‘안타까움’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국가의 책임과 구조적 문제를 밝히는 계기로 삼아 더는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실천적 변화… 정치권의 의지는?
사고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 이에 대한 유가족의 물음에 이 대통령은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두가 똑똑하게 목격했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도 공언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정치권 전반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현재 상황을 놓고 볼 때, 정치권이 이러한 의지가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는 점이다. 국회의 계류 중인 생명안전기본법은 단적인 예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안전권’을 기본권으로 추가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국민 안전 보장 의무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인데, 지난 2020년 발의됐으나 진전이 없다.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6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촉구했다.
정치권은 부랴부랴 이에 대한 입법을 약속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는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수많은 약속을 지켰는가. 생각하면 부끄럽다”며 “뒤늦게나마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약속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달 중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처리를 목표로 조속한 입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2년 간 반복돼 온, 아직도 그렇다 할 확답이 없는 질문 앞에 이 대통령은 약속했다. 국가의 존재 이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이라는 기본적 가치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다. 이 대통령은 “생명과 안전에 관해서는 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을 반드시 지켜내는 나라. 국가를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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