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중복상장에 대해 '원칙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며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나섰다. 다만 시장 투명성 제고를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와 기업의 자금 조달 및 신사업 위축을 우려하는 재계의 시각이 엇갈렸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6일 서울 여의도 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은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학계·금투업계·기업 관계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중복상장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주요국 대비 그 비율도 여전히 크게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5년 말 기준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1.2%로 미국(0.05%), 일본(4.0%) 등에 비해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 위원장은 "지배주주가 경영권 유지와 사업 확대를 위해 중복상장을 이용하는 동안 일반주주는 주가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했다"며 "중복상장 원칙금지 방안은 새로 도입된 주주 충실의무를 상장 제도에도 적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첫 발제에 나선 나현승 고려대학교 교수는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 상충을 일으켜 모회사 가치 저하의 원인이 된다"며 "신규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 허용이 필요하고 기존 중복상장 해소 유도를 통한 이해 상충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나 교수는 자회사 상장 이후 6개월간 모회사 평균 수익률이 -10.81%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엄격한 예외 기준 적용과 함께 일반주주 과반 결의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임흥택 한국거래소 상무는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설명했다. 거래소는 오는 6월까지 상장·공시 규정을 개정해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 심사할 예정이다.
특히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하는 등 이사회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투자자와 재계 간의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 구조는 지배주주에게 최소 자본으로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수단을 제공하는 반면 일반주주의 이익은 구조적으로 희생시키는 매커니즘"이라며 지배력 레버리지 문제를 비판했다.
한서경 부산대학교 투자동아리(SMP) 부회장 역시 "한국의 높은 중복상장 비율은 자본시장 전체의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며 소수 주주 과반 의결제(MoM)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재계는 규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중복상장 금지가 기업의 자본 조달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도 "벤처투자 회수 수단인 IPO 규제는 생태계 선순환을 저해할 것"이라며 "건전한 M&A나 신사업 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벤처·스타트업 특성을 반영한 예외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거래소는 이번 세미나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규정 개정안을 예고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절차를 마무리하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심사 제도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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