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보험권 자본규제를 완화해 약 99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여력을 추가로 확보한다. 중동 리스크 대응과 생산적 금융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권을 통한 ‘정책성 유동성 공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 74조5000억원, 보험권 24조2000억원 등 총 98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 공급 여력이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이라며 “추가 자금 공급 여력이 위기 극복과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은행, 금융사고 규제 풀어 자본여력 확보
은행권은 자본비율 산정 시 부담으로 작용하던 ‘운영리스크’ 규제를 완화받는다.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과거 대규모 금융사고로 발생한 손실을 위험가중자산 산정에서 제외해 자본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동안 금융사고 손실은 최대 10년간 자본비율에 반영되며 자금 운용 여력을 제약해왔다. 이번 조치로 운영리스크가 감소하면 추가 자본 확충 없이도 대출 여력이 확대되는 구조다.
다만 해당 규제 완화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정성·정량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 한해 적용된다. 유사 사고가 재발할 경우에는 자본규제상 페널티가 부과된다.
◇ 보험, 위험계수 낮춰 투자 여력 확대
보험업권도 자본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여력을 늘린다. 핵심은 주식·지분투자 위험계수 인하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프로그램 투자 시 위험계수를 기존 49%에서 20% 이하로 낮추고, 벤처투자 위험계수도 35% 수준으로 완화한다. 인프라 투자 범위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AI 기반시설까지 확대된다.
또한 자산·부채 현금흐름 일치 기준을 일부 완화해 대출 및 채권 투자에 대한 신용위험 부담도 줄여준다.
◇ “규제 완화로 유동성 확대”…건전성 부담은 이연
이번 조치는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금융권의 대출·투자 여력을 인위적으로 확대한 것이 핵심이다. 자본비율 산정 기준이 완화되면 동일한 자본으로 더 많은 자산 운용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는 금융사 건전성 부담을 미래로 이연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당국도 스트레스완충자본 규제 도입을 유보하며 자본 규율 강화보다는 유동성 확대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한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은 이번 규제 완화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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