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회가 농협의 지배구조와 감사 체계를 전면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농업 현장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명성 제고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의 특수성을 배제한 개혁은 농민의 실익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회 권한 대폭 축소…조합원 직선제 추진
16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국회에서는 농협의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를 목표로 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농협중앙회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특수법인 형태의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안에는 감사 및 제재 권한 부여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지주회사와 자회사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윤 의원은 지난 2일 농협중앙회장을 기존 대의원 간선제에서 약 200만명에 달하는 전체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로 전환하는 법안을 추가로 발의했다.
농협 조직 개편에 대한 여당의 압박은 계속 이어졌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11명의 의원과 함께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정보공개심의회 설치 △조합감사위원회 위원 확대 △선거인단(회장 선출 기구)을 통한 회장 선출 방식이다.
◆ 전국 조합장 90% 이상 반대 "과도한 개입, 농협 자율성 상실"
하지만 제도의 핵심 이해당사자인 농업 현장에서는 이러한 법안들에 반발하고 있다. 농협의 헌법적 가치인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농협중앙회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71명 중 90% 이상이 최근 발의된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인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더욱 압도적이다. 조합장들은 △농식품부 직접 감독권 확대(96.8%) △농협 감사위원회의 외부 독립기구 설치(96.4%) △중앙회장 전 조합원 직선제 도입(96.1%)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입법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은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개정안에 담긴 과도한 개입 시도가 농협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날 선 비판도 나왔다.
농업 현장의 조직적 반발은 품목별 전국협의회로 확산했다.
전국 618개소 품목협의회 대표들로 구성된 회장단은 지난 14일 신중한 농협 개혁 추진을 강력히 촉구했다.
조합장들은 건의문을 통해 직선제 도입 시 지역 갈등 유발과 포퓰리즘 공약 남발 등으로 인한 경영 부실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독립된 외부 감사기관 운영 시 수백억원 규모의 추가 비용을 농협이 부담하게 돼 농업인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아울러 중앙회의 지도·감독 기능이 약화할 경우, 주식회사 형태의 자회사들이 수익 창출에만 치중하게 돼 협동조합의 정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전국협의회 회장단은 "정부와 국회의 개혁 노력을 존중해 농협이 국민과 농업인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우리 조합장들 역시 적극 동참하겠다"며 "하지만 농협의 주인인 농업인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한 공론화와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거쳐 신충하게 농협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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