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수인 칼럼니스트] ‘노시환 307억원’이라는 ‘시한폭탄’이 한화는 물론, KBO리그 전체 연봉시장을 뒤흔들 조짐이다.
한화는 지난 13일, 부진에 빠진 4번 타자 노시환(26)을 결국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전날까지 성적은 13경기에서 타율 0.145(55타수 8안타), 3타점, 장타는 홈런없이 2루타 1개, 삼진 21개(전체 1위). 8번 타자에 딱 어울리는 기록이다. 노시환의 공백으로 팀워크가 흔들린 탓인지 한화는 삼성과의 홈 3연전 첫날인 14일, KBO 리그 역대 팀 최다인 18개의 4사구 허용으로 5-6의 참담한 역전패를 당했다. 15일에는 1회 7실점이 빌미가 돼 5-13으로 대패, 6승 9패로 공동 7위로 미끄러졌다. 뜻밖의 5연패로 한화는 LG, 삼성과의 3강 체제에서 이탈 기미를 보였다.

먼저, 왜 11년 307억원이라는 사상 최장기 계약에, 일확천금이 노시환에게 안겨졌는가를 분석해보자. 구단은 “(예비 FA인데 미리 계약한 것은) WBC를 앞두고 있는데다 시즌도 곧 시작돼 사전 계약하는 것이 선수와 팀에 좋을 것 같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 “노시환 선수가 26세로 젊어 향후 상당기간 팀의 간판 선수로 활약할수 있고 FA 비용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장기 계약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타율 0.260, 32홈런, 140안타, 101타점을 기록한 선수를 과대평가했다. 이 정도면 올해 성적을 보고 나서, 4년 80억~100억원 계약을 하는게 타팀 전례로 볼 때 타당하다. 300억원 이상을 배팅한 것은 단장, 사장의 판단으로만 볼수 없다. 최고위층의 허락없이는 절대로 ‘이런 간큰 계약’을 할수 없다는 게 다른 구단 고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런데, 왜 한화가 대형 계약에 앞장섰을까. 이는 그룹의 풍부한 자금이 바탕이다. 난데없는 중동전쟁이 터진 덕분에 한화 그룹은 지난 3월 6일, LG 그룹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4위(180조 6741억원)에 올라섰다. K-방산(防産,방위산업)의 주력 기업인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한화 시스템 등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이런 돈풍년에 307억원은 코끼리 코에 비스켓. 이정도의 큰 계약은 단장, 사장선을 넘어선 최고위층의 결재없이는 절대 이뤄질수 없다는게 야구계의 중론. 그러니, 노시환이 올해 죽을 쒀도 책임을 지거나 문책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노시환도 피해자일수 있다. 천문학적인 거금을 곧 손에 쥐게 되니 본인 스스로 정신을 못 차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생각해보자. 엄청난 돈이 생기면 열심히 훈련을 해 뛰어난 성적으로 구단에 보답하자는 책임감이 불끈 솟을수 있다.
반면, 중학시절이후 10년 넘게 죽으라고 야구를 했던 눈물겨운 노력과 긴장감이 일시에 녹아 내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체력이 흐뜨러질수 있다. 80억원 이상 거액 계약을 했던 선수들이 계약 첫해엔 대부분 부진했던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동료 선수들 입장도 생각해보자. 노시환의 대박 계약으로 인해 “나도 저 정도 성적을 올리면 4년 100억~150억원은 너끈히 받을수 있겠네‘라며 더욱 더 열심히 훈련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노시환이 올 시즌 초반처럼 급격한 하락세를 타면 “저렇게 많이 받으면서 저 정도밖에 못해?”라는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와 팀 분위기는 순식간에 망가질수 있다.
게다가 주위의 등쌀도 만만찮을 것이다. 그의 친인척은 물론, 노시환이 속한 동창회, 사회 각 분야의 여러 협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직간접으로 전달될수 있다. 노시환이 이런 저런 이유로 요청을 모두 외면한다 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미안함이나 안타까움이 자리잡아 훈련에 지장을 줄수 있다. 이는 바로 성적 부진으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전체 연봉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것이다. 앞으로 노시환보다 더 나은 성적을 올리는 타자가 다른 구단에서 분명히 몇 명은 나올수 있다(투수는 15승 이상, 35세이브 이상). 노시환의 계약이 기준이 돼 ‘4~5년 150억원’ 혹은 ‘10년 300억원’을 요구하면 들어 줄수도, 들어 주지 않을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된다. 계약 협상 갈등이 오래 가면 선수나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벌써 일부 구단은 모기업의 재정 악화로 FA 시장을 외면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된다는 뜻)’ 현상이 심해져 확대 일로의 리그 흥행에 찬물이 끼얹어 질수 있다. 그런 뜻에서 한화는 나쁜 선례를 남겨 올시즌이 끝난뒤 KBO 이사회(사장단 회의)는 험악한 풍경이 연출될지도 모른다. <야구 칼럼니스트>

&4월 15일 현재 중간순위
*1위=삼성 10승1무4패 *공동 2위=LG, KT(이상 10승5패) *공동 4위=SSG, KIA(이상 8승7패) *6위=NC(7승8패) *공동 7위=한화, 롯데(이상 6승9패) *9위=두산(5승1무9패)*10위=키움(4승1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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