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세대교체 ⑤] 넷마블은 사람, 넥슨은 구조…갈린 성장 방식

마이데일리

[편집자 주] 국내 IT(정보 기술)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창업자가 직접 회사를 이끌던 시대에서,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서 실행을 책임지는 구조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경쟁 격화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IT 세대교체’ 시리즈를 통해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과 넥슨·엔씨 등 게임사를 중심으로 권력 구조 변화의 실체를 짚어본다. 창업자는 왜 뒤로 물러났고, 최고경영자(CEO)는 어떻게 전면에 섰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한다.

넷마블(왼쪽)과 넥슨. /사옥 각사. 박성규 기자

[마이데일리 = 박성규 기자] 게임업계 세대교체는 대표 교체를 넘어 회사를 움직이는 방식까지 갈라놓고 있다. 넷마블은 여전히 방준혁 의장의 메시지와 판단이 전략 변화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회사에 가깝다. 반면 넥슨은 창업자인 김정주 전 회장 별세 후 지주사와 이사회, 전문경영인의 3각 체제로 운영되는 모습이 더 강하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올해 경영 화두로 ‘리버스(RE-BIRTH)’를 내걸고 외형 성장보다 내적 체질 강화, AI 경쟁력,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넥슨은 이정헌 일본법인 대표와 강대현·김정욱 넥슨코리아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핵심 IP 장기 운영과 조직 안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같은 대형 게임사지만 한쪽은 사람 중심 재편, 다른 한쪽은 구조 중심 운영이라는 차이가 더 선명해지고 있다.

◇ 넷마블, 방준혁이 방향을 다시 잡는 회사

넷마블의 성장사는 방준혁 의장의 의사결정과 거의 겹친다. 방 의장은 퍼블리싱과 외부 IP 활용, 모바일 전환을 빠르게 밀어붙이며 넷마블을 국내 대표 게임사로 키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도 지스타 현장에서 경쟁력 있는 IP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확장·연결하는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직접 언급하며, 넷마블의 다음 단계가 단순 신작 확대가 아니라 IP 외연 확장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최근 넷마블의 흐름은 공격적 확장보다 재편에 더 가깝다. 방 의장은 올해 시무식에서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내적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2026년을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지난해 넷마블이 외형 성장에는 성과를 냈지만 내실 강화에는 아쉬움이 있었다는 진단도 함께 내놨다. 확장 일변도에서 재편과 내실 강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국면이라는 뜻이다.

지배구조도 방 의장 중심성이 뚜렷하다. 최근 기준 넷마블 주요 주주 구성을 보면 방준혁 의장 지분이 약 25%대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대 주주는 텐센트 계열 HAN RIVER INVESTMENT PTE. LTD.로 약 18%대, 이어 CJ ENM이 약 17%대, 엔씨가 약 7%대다. 방 의장과 HAN RIVER 간 지분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방 의장이 여전히 최대주주로 회사 방향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구조다.

넷마블 주주 현황. (2026년 4월 기준) /박성규 기자

최근 지배구조와 경영 체계도 방 의장 중심으로 다시 정리되는 모습이다. 넷마블은 2025년 권영식 각자대표 사임 이후 김병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고, 2026년 정기 주총에서는 방 의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김병규 대표가 실행을 맡고, 방 의장이 방향을 잡는 구도가 더 선명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자사주 일부 소각도 의결돼 경영 체계 정비와 주주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했다.

방 의장의 또 다른 특징은 게임사 밖으로도 축을 넓혀 왔다는 점이다. 넷마블은 최근 코웨이 지분을 20% 후반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회사는 이를 지배구조 안정화와 재무건전성 제고 차원의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최근 3년간 코웨이에서 배당수익과 지분법 이익을 확보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코웨이는 넷마블의 비게임 계열사를 넘어 핵심 수익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결국 방 의장의 리더십은 자주 전면에 서기보다 큰 방향을 정하고, 필요할 때 직접 메시지를 내는 방식에 가깝다. 모바일 전환, 외부 IP 활용, 코웨이 인수, 최근의 ‘리버스’와 트랜스미디어 전략까지 넷마블의 굵직한 전환점은 대부분 방 의장의 판단과 발언에서 출발했다. 이 점에서 넷마블은 지금도 전문경영인이 일상 경영을 맡더라도, 회사의 큰 방향에는 방준혁 의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되는 회사라고 정리할 수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 /넷마블

◇ 넥슨, 김정주 이후에도 체제가 굴리는 회사

넥슨은 넷마블과 결이 다르다. 김정주 창업자는 생전 넥슨을 글로벌 게임사로 키우는 기반을 닦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비교적 일찍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창업자 사후에도 넥슨은 체제를 크게 흔들기보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넷마블이 창업자 메시지로 방향을 다시 틀어온 회사라면, 넥슨은 창업자 이후에도 체제가 회사를 굴리는 회사에 가깝다.

현재 운영 구조는 더 복합적이다. 2024년 이정헌 전 넥슨코리아 대표가 일본법인 대표로 선임됐고, 넥슨코리아는 강대현·김정욱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강대현 대표는 게임과 서비스 운영 전략, 김정욱 대표는 기업문화·대외업무·경영지원 쪽을 맡아 역할을 나눴다.

여기에 지난 2월 회장직이 신설되면서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이 합류했다. 쇠더룬드는 넥슨 장기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방향, 글로벌 게임 개발 방식을 총괄하고, 이정헌 대표와 경영진이 이를 실행하는 구조다. 특정 인물 한 명이 모든 것을 쥐기보다, 역할을 세분화한 체계 위에 글로벌 전략 책임자를 더 얹은 셈이다.

다만 넥슨을 완전한 오너 부재 회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정현 의장은 2024년 NXC 이사회 의장에 올랐고, NXC는 이후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도 유정현 의장과 두 자녀가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즉 운영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지배구조 바닥에는 여전히 오너 일가가 놓여 있는 구조다. 넥슨은 전문경영인 중심 운영과 오너 지배구조가 병존하는 회사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패트릭 쇠더룬드 넥슨 일본법인 회장이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넥슨

패트릭 쇠더룬드 회장 선임은 이 같은 넥슨식 구조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엠바크 스튜디오 창업자이자 CEO이고, 그 전에는 EA와 DICE에서 글로벌 개발 조직을 이끈 인물이다. 넥슨은 이런 경력을 가진 쇠더룬드를 전면에 세워 서구권 공략, 개발 체질 전환, 장기 프랜차이즈 전략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 3월 자본시장브리핑(CMB)에서 쇠더룬드 회장은 2027년 매출 7조원 목표 달성이 기존 일정대로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와 오래 갈 수 있는 핵심 IP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넥슨이 무작정 몸집을 키우기보다 체질과 포트폴리오를 다시 정리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략은 더 또렷해졌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같은 핵심 IP를 오래 운영하고 확장하는 데 강점이 있다. 최근의 회장직 신설과 공동대표 체제도 완전히 새로운 산업으로 급격히 넓히기보다, 기존 IP 경쟁력을 더 오래 돌리고 글로벌 개발 체계를 재정비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이 점에서 넥슨은 누가 전면에 서느냐보다 어떤 체제가 계속 작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회사로 읽힌다. 다만 최근에는 그 체제 안에 쇠더룬드라는 글로벌 전략·개발 축이 추가되면서, “구조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성격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 넷마블은 사람, 넥슨은 체제

두 회사의 차이는 성장 전략보다 회사를 움직이는 축에 있다. 넷마블은 방준혁 의장의 메시지가 체질 개선과 포트폴리오 방향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사람 중심 회사에 가깝다.

반면 넥슨은 창업자 사후에도 전문경영인과 지주사 체계, 공동대표 분업 구조가 맞물려 돌아가는 체제 중심 회사에 가깝다. 한쪽은 창업자가 방향을 다시 튼 회사이고, 다른 한쪽은 창업자 이후에도 구조가 이어지는 회사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 산업은 여전히 창업자의 메시지와 회사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라며 “결국 사람에 더 무게를 두느냐, 체제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성장 경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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