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新경영코드 ⑦] 롯데 정상호號 닻 올리자마자 좌초 위기…‘영업정지·MBK 리스크’ 리셋 전략 올스톱

마이데일리
정상호 롯데카드 사장/그래픽=최주연 기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롯데카드의 ‘리셋 전략’이 출발선에서 다시 멈췄다.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된 정상호 대표 체제 아래 ‘디지로카(LOCA)’를 앞세운 반등 시도가 이어졌지만, 대규모 정보유출에 따른 영업정지 제재와 부실 자산 문제가 동시에 터지며 흐름이 끊겼다. 일회성 악재라기보다는 그동안 누적된 리스크가 한꺼번에 표면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구원투수 등판 직후 ‘급제동’…영업정지에 전략 제약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약 297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 이후 조좌진 전 대표가 사임하며 경영 공백을 겪었다. 롯데카드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정상호 대표를 선임하며 조직 안정과 신뢰 회복에 나섰다. 디지로카 플랫폼을 중심으로 ‘티빙’ 등과의 제휴를 확대하며 고객 접점 회복에도 속도를 냈다.

롯데카드 7개년 당기순이익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대 4.5개월 영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 통보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신뢰 회복 → 플랫폼 확장 → 수익 정상화’로 이어지는 전략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멈춰선 형국이다.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신규 회원 모집과 카드대출, 한도 증액 등 핵심 영업이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정보유출 사태로 3개월 영업정지를 받았을 당시 롯데카드 회원 수는 약 80만명 감소했고, 카드 이용실적 역시 업계 평균 증가 흐름과 달리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이탈 고객 재유치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며 수익성 부담도 확대됐다.

◇ 홈플러스 793억 ‘추정손실’…MBK식 구조가 키운 리스크

여기에 대형 부실 이슈까지 겹쳤다. 금융업계 따르면 롯데카드는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 관련 채권 793억원을 연말 기준 전액 ‘추정손실’로 분류했다. 이는 자산건전성 분류상 가장 낮은 단계로, 사실상 회수 불확실성을 반영한 조치다.

해당 채권은 기업구매전용카드와 법인카드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카드사가 기업의 신용위험을 직접 떠안는 구조다. 기업이 협력업체에 지급할 외상대금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이를 먼저 지급하고, 이후 일정 기간 뒤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대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사실상 단기 신용공여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해당 리스크가 고스란히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롯데카드가 홈플러스 관련 거래를 집중적으로 취급해온 점이 이번 손실을 키운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부 채권은 유동화되지 않고 직접 보유되면서 리스크 분산이 이뤄지지 않은 구조였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해 “특정 거래처 및 자산군에 대한 익스포저 집중이 손실 현실화로 이어진 사례”라며 “유동화 여부와 관계없이 실질 리스크는 카드사에 귀속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개별 부실을 넘어 지배구조 문제로도 확장된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가 모두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산하에 있다는 점에서, 계열 간 거래 구조가 리스크 이전 통로로 작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 거래를 롯데카드에 집중시킨 배경에도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금융사 대비 계열 금융사를 활용할 경우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계열 내 거래 확대가 금융계열사로 리스크를 집중시키는 구조로 이어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사모펀드 체제에서 계열사 간 거래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손실이 금융계열사에 집중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이벤트 아니다”…신평사, 구조적 취약성 지적

신용평가업계는 이번 상황을 개별 사건이 아닌 구조 문제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카드 고정이하여신비율과 1개월 이상 연체율(금감원 기준)이 2.2%로 주요 건전성 지표가 업계 평균(각 1.2%‧1.6%)을 웃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카드는 업계 평균 대비 높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 비율을 보이고 있어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열위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PF 브릿지론, 팩토링 등 비카드 자산에서 반복적으로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충당금 커버리지 역시 경쟁사 대비 크게 낮아 손실 흡수력에서도 열위가 확인된다. 특히 PF 브릿지론, 팩토링, 기업구매카드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부실은 공통적으로 비카드 확장 과정에서 누적된 리스크라는 점에서 구조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충당금 적립이 상당 부분 선반영되면서 대손비용은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용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건전성 자체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평가다.

◇ 본업 약화 속 비카드 확장…‘전환의 역설’

실적 구조 역시 이 같은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롯데카드는 카드수익 비중이 20% 아래로 떨어지며 본업의 수익 창출력이 약화됐다. 비카드 영역(할부금융, 일반대출, 팩토링 등)을 확대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카드사 지난해 ROA 추이/그래픽=최주연 기자

다만 수익성 지표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814억원으로 전년(1354억원) 대비 39.9% 감소했다. 총자산순이익률(ROA) 역시 2023년 1.7%에서 2024년 0.6%, 2025년 0.3%로 급락했다.

이는 비카드 자산 확장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이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성을 압박'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위험 자산을 줄이고 안정 자산을 늘리는 전략이었지만, 실제로는 특정 거래에 리스크가 집중되며 확장 자체가 리스크로 전환된 구조가 됐다.

더구나 롯데카드는 지난해 말 총채권 기준 카드론 비중이 약 20%를 웃돌고,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을 포함한 카드대출 비중도 약 30%에 달하는 대출 중심 구조를 보인다. 비은행계 카드사임에도 은행계의 대출 의존 한계를 공유하면서도, 조달·수익 안정성은 확보하지 못한 ‘이중 취약 구조’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이자수익과 연체율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실적 변동성과 리스크 노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롯데카드는 2023년 3000억원대 후반이던 순이익이 2024년 1000억원대로 급감한 데 이어 2025년에는 8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며, 업계 내 수익 규모 순위도 중위권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7대 카드사 지난해 순이익 대비 배당 성향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수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배당성향은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배당금은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펀드를 통해 투자자에게 환원된다. 이는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 ‘삼중 부담’에 멈춘 리셋…롯데카드, 영업 흐름 끊기나

롯데카드는 △정보유출에 따른 신뢰 훼손 △홈플러스 부실 등 자산건전성 부담 △영업정지 가능성에 따른 성장 제약이라는 삼중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비자위원회 출범, 플랫폼 전략 강화 등 신뢰 회복 장치들이 본격 작동하기도 전에 영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업계는 향후 롯데카드의 영업 환경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충당금 부담은 정점을 통과할 수 있지만, 건전성 지표 자체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외형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 과제가 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롯데카드 영업 시계는 정보유출 직후부터 사실상 멈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보 유출 이후 탈회 증가와 회원수 감소, 영업이익 급감 등 이미 영업정지에 준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4.5개월 영업정지까지 현실화될 경우 영업은 물론 신용도와 자금조달까지 전방위 압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중징계는 해킹 관련 제재 가운데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더 크다. 이전까지는 ‘기관 경고’나 ‘주의’ 수준이 가장 높은 제재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영업 흐름이 사실상 끊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징계 수위가 어떻게 결정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 전반의 방향이나 기조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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