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동 지역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대응에 착수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책과 체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석유화학 제품인 나프타 수급 차질이 의료 분야까지 파급되고 있다.
나프타는 의약품 포장재와 용기는 물론 원료의약품 생산에도 필수적인 소재로, 공급이 흔들릴 경우 생산 체계 전반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한 물류 지연을 넘어 원료와 포장재 생산이 동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소모품 수급 불안 현실화…정부·업계 총력 대응
이에 정부와 관련 업계는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약단체들과 함께 의료제품 수급 안정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수액제 포장재와 주사기 등 주요 품목을 선정해 일일 단위 모니터링에 나섰다. 멸균 포장재와 약통 등 현장 수요가 높은 소모품도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업계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중동전쟁 비상대응본부'를 설치하고 수입·생산 현황 점검과 회원사 애로사항 파악에 나섰다. 대응 조직은 종합상황, 대외협력, 현장소통 기능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생산 차질이 본격화된 상황은 아니지만, 원료와 포장재 수급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선제적으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주사기와 주사침 생산 현장을 점검하며 원자재 확보와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생산량은 평시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유통 단계에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되면서 관련 업체들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의료계 또한 자체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즉시대응팀'을 구성해 현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일부 소모품의 공급 지연과 가격 상승이 이미 체감되고 있다"며 "재고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진료 차질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정보 공유와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축·수입 완화 등 공급망 전면 재정비 필요성 제기
그럼에도 의료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주사기나 수술용 장갑 등 필수 소모품의 납품이 지연되면서 기존 재고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나프타 수급 문제로 일부 제품 공급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재고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온라인 구매 비중이 높은데, 일부 유통 채널에서 품절이나 가격 상승 사례가 나타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유통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구조 역시 문제로 지목된다. 주사기와 주사바늘, 수액세트, 의료용 장갑 등 다수 소모품이 '별도 산정불가' 항목으로 묶여 있어 가격 상승분이 의료기관에 그대로 전가되는 구조다. 일부 제조사가 관련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환율 상승 등을 반영해 치료재료 수가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필수 의료소모품을 국가 전략물자 수준으로 관리하고, 비축 제도 도입과 생산 지원, 수입 절차 개선 등 공급망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물류 차질이 누적될 경우 단기간 내 공급 불안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소모품 수급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의료체계 전반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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