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고환율이 겹치며 해외여행 수요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여행 신규 예약 움직임이 전월 대비 확연히 꺾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보복 소비 수요가 이어졌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예약 문의와 프로모션 반응이 모두 약해졌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쟁 이슈 발생 이후 신규 예약이 많지 않다”며 “여름 성수기 특가 프로모션에도 고객 반응이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5월 초 황금연휴를 앞두고 단거리 상품 예약은 대부분 마감 상태다. 그러나 5월 연휴도 길지 않은 데다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신규 예약이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항공요금이다. 중동 사태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147% 급등한 탓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5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7700원에서 3만4100원으로 4.4배 급등했고, 국제선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얼어붙은 소비 심리 위축이 더 큰 변수라고 입을 모았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항공료도 문제지만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이냐’라는 소비 심리가 수요를 더 강하게 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미주 등 수익성이 높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예약이 둔화하면서 여행사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그나마 5월 초 연휴는 단거리 중심의 선예약 효과로 방어되는 모습이다. 하나투어가 5월 1~7일 출발 상품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약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일본(23%), 베트남(14%)이 뒤를 이었다. 중국과 일본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이는 노동절(5월 1일) 공휴일 지정 영향으로 유류할증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단거리 노선으로 수요가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문제는 다가오는 여름 성수기다. 통상 4~6월 사이 성수기 예약이 본격 유입되는데 올해는 흐름이 예년보다 더디고, 특히 장거리 노선 부진이 업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도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감편하고 중국·일본 등 인기 노선으로 재배치하는 한편,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유류할증료 변수도 여전하다. 5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날 중동 지역이 2주간 일시 휴전에 들어가며 국제유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항공유 가격 산정 기준일인 15일까지 유가 흐름에 따라 상승 폭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중동발 충격이 여행 시장 장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에도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 변수로 수요가 일시적으로 위축됐다가 유가 안정과 함께 빠르게 회복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비상계엄 선포와 대선 등 여러 변수 속에서도 우리나라 해외여행 수는 2955만명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실적을 2.9%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여름 성수기 성적은 중동 정세 완화 속도와 유가 안정 여부에 달려 있다”며 “전쟁만 마무리되면 2~3주 시차를 두고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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