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R&D) 전략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과거처럼 후보물질 확보와 기술 축적에 방점을 두던 방식에서 벗어나, 임상 진입부터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실행 속도'와 '완주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조직 구조를 손질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전방위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조직 개편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사는 바이오연구본부 내 연구지원 조직을 재정비하고 연구사업관리(PM) 기능을 강화했다. 기존에 연구 기획, 규제 대응, 비임상, 임상 분석 등으로 분산돼 있던 기능을 하나의 체계로 통합해 프로젝트 단위 관리 중심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단일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약업계 전반에서 R&D 전략의 무게중심이 '많이 확보하는 것'에서 '빠르게 실행하는 것'으로 이동하고 있다. 임상 비용 증가와 규제 환경 강화로 인해 개발 지연이 곧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프로젝트 관리와 인허가 대응을 포함한 운영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유한양행(000100)이 '뉴 모달리티' 부문을 신설하는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조직 개편에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특히 연구개발 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재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단순 연구 역량을 넘어 글로벌 임상, 라이선싱, 사업개발(BD), 인허가(RA)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 각광받고 있다.
메디톡스(086900)는 다국적 제약사 출신 임상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했다. 일동제약(249420) 역시 글로벌 제약사 출신 인사를 사장급 R&D 책임자로 선임하며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같은 인재 영입과 조직 개편은 R&D 투자 확대와도 맞물린다. 주요 제약사들은 연구개발비를 대폭 늘리며 신약 개발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연구개발비를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확대했고, JW중외제약(001060)과 종근당(185750), 한미약품(128940) 등도 매출 대비 R&D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보령(003850) 역시 투자 규모를 확대하며 파이프라인 다변화에 나섰다. GC녹십자는 정부 과제 수주를 통해 재원 부담을 일부 완화하면서 연구개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약가 정책도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단순 복제약 중심의 사업 구조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약가 가산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R&D 역량 자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약 개발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을 동반하며, 임상 성공과 상업화 여부는 중장기적으로 검증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업계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있다. 기술 확보를 넘어 개발을 끝까지 끌고 가는 실행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과 인재가 앞으로의 경쟁을 가를 핵심 변수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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