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애플이 먼저 주목한 보행분석" 박신기 에이트스튜디오 대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고령화로 △근감소증 △파킨슨병 △낙상 위험 관리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행분석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다만 기존 보행분석 장비는 가격 부담이 크다. 검사 과정도 복잡하다. 의료현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이유다. 

이런 시장에서 에이트스튜디오(대표 박신기)는 아이패드(iPad) 카메라 기반 보행분석 솔루션 '메디스텝'을 앞세워 접근성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에이트스튜디오(대표 박신기)는 자율주행 비전 기술에서 출발한 뒤 시니어 헬스케어로 방향을 튼 스타트업이다. 창업 전 박신기 대표는 자동차 회사에서 자율주행 설계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카메라 기반 기술을 고령화 문제 해결에 적용하겠다는 판단 아래 2022년 7월 회사를 설립했다. 초기에는 파킨슨병 조기진단 앱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시장성과 확장성을 검토한 끝에 현재는 보행분석 의료기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자동차에서 카메라로 세상을 읽는 기술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사람의 걸음에서 건강 신호를 읽고 싶었다"며 "앞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는 시니어 영역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해온 비전 기술을 그 문제에 적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창업했다"고 설명했다.

대표 제품인 메디스텝은 아이패드 카메라를 활용한 보행분석 솔루션이다. 기존 보행분석은 센서를 몸에 부착하거나 고가 모션캡처 장비를 활용해야 했다. 장비 가격은 5000만원에서 3억원에 이른다. 검사비도 높다. 병원과 복지 현장에 널리 확산되기 어려웠던 배경이다. 에이트스튜디오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표는 "기존 보행분석은 장비가 너무 비쌌다. 검사 과정도 복잡했다"며 "연구실이나 일부 병원에 머물렀던 보행분석을 실제 현장에서 쓸 수 있게 만드는 게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메디스텝은 퇴행성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한 아이패드 카메라 기반 보행분석 솔루션"이라고 했다.

메디스텝은 마커리스·센서리스 방식으로 보행을 측정한다. 그러면서도 의료현장에서 요구하는 정확도와 편의성을 함께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해외 3억원대 장비와 비교해 약 95% 수준의 정확도를 확보했다. 장비비와 검사비는 90% 이상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했다. 연구자용 장비가 아니라 간호사, 복지사 등 현장 실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특징이다.

박 대표는 "기존 센서 기반 장비는 대부분 연구자용 중심이었다"며 "저희는 현장 실무자가 쉽게 써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확도와 사용 편의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게 핵심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검사 속도와 활용성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메디스텝은 보행 촬영 후 1분 안에 자동 분석과 리포트 생성까지 가능하다. 검사·진단·치료 과정의 병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대학병원 7곳에 도입됐다. 1차 병원과 보행치료 중심 의원 등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보행능력 저하를 정량적으로 확인하고, 치료 계획 수립이나 치료 후 기능 회복 평가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의료현장은 생각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검사 하나가 오래 걸리면 진료 흐름 전체가 끊긴다"며 "촬영부터 결과 리포트까지 1분 안에 끝나는 점이 병원 워크플로우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정확도 검증도 외부 기관 협조를 통해 진행했다. 에이트스튜디오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KTL(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과 함께 해외 고가 모션캡처 장비와 메디스텝을 동시에 설치했다. 이후 보행 지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성능 검증을 진행했다. 기준 장비를 직접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검증 과정은 더 까다로웠다. 바닥에 기준선을 긋고 각도와 거리 값을 일일이 맞춰보는 방식으로 캘리브레이션을 반복했다.

박 대표는 "가장 어려웠던 건 3억원짜리 기준 장비를 직접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간도 부족했고 비용 부담도 컸다"며 "그래도 하나하나 실제 값을 맞춰보는 방식으로 검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단순 보행속도 측정을 넘어 SPPB와 iTUG 등으로 적용 범위도 넓히고 있다. SPPB는 보행속도, 균형, 의자 일어서기 등을 포함하는 하지기능 평가다. iTUG는 의자에서 일어나 걷고 돌아와 다시 앉는 과정을 세분화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의료진이 스톱워치로 측정하던 검사를 더 표준화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지금도 많은 검사가 스톱워치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검사자의 수기 측정을 디지털 장비로 표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행속도만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균형, 회전, 의자 일어서기까지 함께 봐야 실제 임상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병원별 도입 기준은 다르다. 대학병원은 정확도와 임상 근거, 레퍼런스를 중시한다. 1차 병원은 수가 적용 가능성과 수익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 이에 따라 에이트스튜디오는 대학병원 중심의 임상연구를 통해 근거를 축적하고 있다. 향후 병원 수익성과 연결될 수 있는 수가 인정도 준비 중이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인하대병원 등과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박 대표는 "대학병원은 정확도와 논문, 레퍼런스를 먼저 본다. 1차 병원은 결국 수익성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가 실제 병원 운영에 도움이 돼야 현장에 안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향후 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 선별과 관리 영역까지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현재는 정면·측면 보행 영상을 축적하고 있다. 우선순위는 파킨슨병보다 근감소증에 두고 있다. 유병률과 시장성을 고려할 때 근감소증이 더 현실적인 목표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파킨슨병은 상징성이 크지만 유병률은 1%대"라며 "근감소증은 10%를 넘는 질환이라 시장 접근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적으로도, 임상적으로도 근감소증 선별이 더 현실적인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태국 △일본 등에서 PoC와 데모가 진행 중이다. 기존 센서 기반 보행분석 장비를 취급하던 총판들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한국의 의료 레퍼런스를 인정하는 아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미국과 유럽은 충분한 임상 근거를 확보한 뒤 접근한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도 먼저 연락해온 쪽은 기존 보행분석 장비를 다루던 총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 기반으로 더 간편하면서도 임상 근거를 갖춘 제품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디바이스 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에이트스튜디오는 원래 윈도우 기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2024년 10월 의료기기 전시회를 계기로 iOS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아이패드 기반이 주력이다. 회사는 하드웨어 신뢰성, 온디바이스 처리 성능, 보안성 등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최근에는 러닝 분석과 피트니스 분야 적용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로의 확장도 구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애플이 먼저 아이패드 기반 전환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익숙한 하드웨어와 높은 신뢰성, 온디바이스 성능 측면에서 제품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병원용 장비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러닝 분석이나 부모님의 보행 변화 체크처럼 일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넓혀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에이트스튜디오는 최근 프리A 라운드에서 15억원을 유치했다. 투자사는 동문파트너즈·마그나인베스트먼트다. 회사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인 IBK창공 마포 16기 육성기업이다. IBK창공 공동운영사인 시너지아이비투자가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은 병원용 보행분석 장비를 안착시키는 단계"라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보행을 촬영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방향까지 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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