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지난 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경기는 스포츠가 지켜내야 할 가장 소중한 가치인 공정성에 대해 뼈아픈 질문을 남겼다.
운명의 5세트 14-13, 경기를 끝낼 수 있었던 레오의 서브가 아웃으로 선언된 순간,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흘린 시즌 내내의 땀방울은 시스템의 한계 뒤로 가려졌다. 결국 경기는 듀스로 이어졌고, 승리의 여신은 현대캐피탈의 손을 놓아버렸다. 최종 스코어 16-18. 세트 스코어 0-2에서 기적 같은 역전승을 눈앞에 두고 놓친 그 과정에는 지울 수 없는 얼룩이 남았다.
사실 이번 논란의 저변에는 V리그만의 독특하고도 까다로운 로컬룰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 규정과 달리 '공이 최대로 눌렸을 때 안쪽 선이 보이는가'를 따지는 V리그의 방식은, 3차원 좌표를 계산하는 호크아이 대신 2차원 중계 화면에만 의존하는 현 시스템과 만날 때 필연적으로 왜곡을 낳는다. 판독관의 눈과 카메라 각도라는 불확실한 요소가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셈이다. 현대캐피탈이 분노한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앞선 상황에서 대한항공 마쏘의 블로킹이 아웃에서 인으로 변경됐지만, 레오의 서브는 아웃으로 판정된 그 형평성의 온도 차가 챔피언을 꿈꾸던 선수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코트를 떠나지 못하고 강력하게 항의하던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과 최민호의 모습에는 패배의 분함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대한 분노로 가득했다. 거세게 항의해 보았지만, 이미 전광판의 숫자는 멈춘 뒤였다. 현대캐피탈의 선수들은 코트 위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수훈 선수 인터뷰가 진행되는 전광판 아래, 넋이 나간 채 주저앉은 그들의 모습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승리한 대한항공 선수들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우승을 향한 귀중한 1승을 챙겼음에도 그들은 마음껏 환호하지 못했다. 네트 너머로 손을 내민 주장 정지석의 표정에는 미안함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동료이자 라이벌로서, 상대의 땀이 판정 하나에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본 이의 무거운 마음이었다.
또한 배구장을 가득 채웠던 팬들의 함성은 어느덧 "이럴 거면 왜 경기를 하느냐"는 불신 섞인 탄식으로 변해 차갑게 식어갔다.
현대캐피탈은 경기 직후 한국배구연맹(KOVO)에 공식 이의 제기 공문을 접수했고, 연맹은 사후 판독 회의를 통해 재검토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전광판의 숫자는 멈췄고, 승패는 기록지에 새겨졌다.

한국배구연맹은 6일 "다양한 화면(중계방송, 정지화면, 캡처화면)으로 검토한 결과, 볼이 최대로 압박 되어진 상황에서 사이드라인의 안쪽선이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KOVO 운영요강 로컬룰 가이드라인 4.볼 인/아웃 '접지면을 기준, 최대로 압박 되어진 상황을 기준으로 라인의 안쪽선이 보이면 아웃이다'에 의거하여 정독으로 판독하였다"고 발표했다.
결국,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나온 판정이 정심이라는 결론이 났다. 하지만 판정 하나에 전부를 걸고 뛰어온 선수들의 허탈함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배구연맹도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고, 현재 AI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테스트 중이다. "연맹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번 같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또한 연맹은 판독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이사회를 통해 보고되었던 대로, AI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26-27시즌 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이를 통해 비디오판독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맹은 25-26 V-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원만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곳을 약속드린다"라며 개선안을 밝혔다.
스포츠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이 아름다워야 한다. 비디오 판독이라는 기계적인 시스템이 오히려 인간의 주관에 휘둘려 선수들의 정직한 노력을 가리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챔피언이라는 왕관이 누구의 머리 위에 쓰이든, 그 무게는 오로지 실력과 땀으로만 감당할 수 있는 공정한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았던 그날의 코트는 우리에게 시스템의 개선과 상식의 회복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경기 후 판정에 항의한 현대캐피탈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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