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의 매운맛 분석, 챔프전 승리하고도 혼난 한선수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대한항공 한선수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마이데일리 = 인천 유진형 기자] 코트 위에서는 냉철하기만 했던 '야전사령관' 대한항공 한선수도 '배구 여제' 김연경의 거침없는 입담 앞에서는 결국 무기를 내려놓았다. 치열했던 승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는 승리의 기쁨만큼이나 진한 배구인들의 찐한 우정이 팬들의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했다.

이날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 풀세트 접전을 벌인 혈투였다. 세트스코어 3-2(25-19 19-25 23-25 25-20 15-11)로 신승을 거둔 뒤, 땀방울로 뒤범벅된 한선수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코트가 아닌 관중석이었다.

그곳에는 특별한 응원단이 있었다. 김연경을 필두로 김수지, 양효진 등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들이 한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평소 두터운 친분은 물론, 'KYK 파운데이션'의 감사로 활동하며 뜻을 함께해온 동료를 응원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포효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대한항공 한선수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그런데 훈훈한 덕담이 오갈 것이라는 예상은 김연경이 입을 떼는 유쾌하게 빗나갔다. 김연경은 승리를 축하하는 대신 한선수를 보자마자 "오빠, 파이팅 좀 더 해야겠어"라며 특유의 잡도리로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압권은 경기 흐름을 꿰뚫는 김연경의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그녀는 현대캐피탈 허수봉의 공격 장면을 언급하며 결정타를 날렸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의 공격 상황을 언급하며 한선수의 가슴을 후벼팠다."허수봉 선수가 오빠 손목 보고 터치아웃 시키려고 했는데, 오빠 점프가 너무 낮아서 공이 그냥 밖으로 나가버리더라!"

진지한 표정으로 던진 이 팩트 폭격에 현장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최고의 세터로 불리는 한선수도 동생의 매운맛 분석 앞에서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항공 한선수가 토스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챔피언결정전의 압박감마저 즐기던 한선수였지만, 쏟아지는 동생들의 잔소리에는 결국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나지막이 한마디 했다. "이제 점프가 안 돼..."

거장의 솔직하고도 유쾌한 자포자기에 옆에 있던 김수지와 양효진은 참았던 웃음보를 터뜨렸다.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선배이자 최고의 실력자들이지만, 배구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허물없이 장난치는 모습은 배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승패를 떠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지만, 경기가 끝난 뒤 나누는 이들의 대화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녹아 있었다. 비록 점프 높이는 조금 낮아졌을지 몰라도, 동료들의 응원을 연료 삼아 날아오른 한선수의 '노련한 비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다.

[경기 후 대한항공 한선수가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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