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시대, 작은 기업들이 만든 ‘길드’의 힘

시사위크
지난 1일 방문한 표면실장기술(SMT) 및 전자 제조 산업 전시회 ‘SSPA 2026’의 현장.  사진은 ‘다섯 가지 기술, 하나의 공장 – AI 자율 제조(Five Technologies, One Factory – AI Autonomous Manufacturing)’ 컨셉으로 5개 중소기업이 힘을 합친 자동화공정 시스템 전시부스의 모습. / 박설민 기자
지난 1일 방문한 표면실장기술(SMT) 및 전자 제조 산업 전시회 ‘SSPA 2026’의 현장.  사진은 ‘다섯 가지 기술, 하나의 공장 – AI 자율 제조(Five Technologies, One Factory – AI Autonomous Manufacturing)’ 컨셉으로 5개 중소기업이 힘을 합친 자동화공정 시스템 전시부스의 모습. / 박설민 기자

“노동 생산력의 비약적 향상과 수행되는 과정에서 발휘되는 기술·숙련·판단력의 대부분은 분업의 산물이다.”

- 애덤 스미스(Adam Smith),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 중

시사위크|수원=박설민 기자   9~10세기경, 중세 유럽은 격변의 시기였다.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고 상권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상인들은 저마다 지닌 뛰어난 기술력과 상품으로 시장에서 경쟁했다. 이때 저마다의 이익을 목적으로 상인들은 동업하기 시작했다. 이를 ‘길드(Guild)’라 부른다.

중세시대 산업 발전의 뼈대가 됐던 길드가 수백 년이 흐른 현재, 다시금 등장했다. 목적은 같다. 작은 산업체들이 각자의 이익과 보호를 목적으로 힘을 합친 형태다. 하지만 기술력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진일보했다. ‘인공지능(AI)’시대, ‘자동화 공정 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길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 5개 ‘피지컬 AI 길드’가 만들어 낸 자동화공정 현장

관람객들로 가득찬 넓은 전시장 내부, 약 20평 정도 공간에 한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란색 고정형 로봇팔은 쉬지 않고 움직이며 제품을 점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옆에서는 자율주행로봇이 선반으로 제품들을 옮기고 있었다. 자동화된 미래 공장의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난 1일 방문한 표면실장기술(SMT) 및 전자 제조 산업 전시회 ‘SSPA 2026’의 현장 모습이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는 주요 장비 제조사, 전자 생산 기업,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AI기반 스마트팩토리는 이번 전시회의 핵심 트렌드였다.

폴라리스3D(사진)의 AI 기반 제조물류로봇 ‘SMAR’은 각 공정 간 원자재, 제품 이송 등을 맡는다. / 박설민 기자
폴라리스3D(사진)의 AI 기반 제조물류로봇 ‘SMAR’은 각 공정 간 원자재, 제품 이송 등을 맡는다. / 박설민 기자

앞서 기자가 봤던 전시부스는 ‘다섯 가지 기술, 하나의 공장 – AI 자율 제조(Five Technologies, One Factory – AI Autonomous Manufacturing)’이 콘셉트다. 총 5개의 중소기업·벤처들이 힘을 합쳐 하나의 통합 자동화 전자 제조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먼저 참여 5개 기업 중 눈에 띄는 것은 ‘파워오토로보틱스’에서 개발한 ‘i-Series’였다. 하이브리드 부품 조립 기계인 이 기술은 AI기반 ‘PAIS 딥러닝’ 기술이 탑재된 로봇이다. 6개 손가락이 달린 2개의 로봇팔로 센서 모듈, 커넥터, 콘덴서 등 특수 이형 전자부품을 자동 조립한다. 파워오토로보틱스 측에 따르면 약 300개 이상의 전자제품을 수작업 없이 조립 가능하다고 한다.

파워오토로보틱스가 제품 조립 공정을 맡았다면 ‘파워오토시스템’의 ‘셀렉티브 솔더링(Selective Soldering) 자동화 솔루션’이 적용될 차례다. 이 기술은 쉽게 말해 ‘납땜 자동화’다. 전자부품용 회로기판(PCB)에서 특정 핀만 골라 납땜한다.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납땜보다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불량률도 크게 줄어든다.

제품의 제작을 파워오토로보틱스와 파워오토시스템이 맡았다면 공장 전반의 부품 공급 및 물류는 ‘폴라리스3D’와 ‘아라(ARA)’가 맡았다. 폴라리스3D의 AI 기반 제조물류로봇 ‘SMAR’은 각 공정 간 원자재, 제품 이송 등을 맡는다. 아라의 로봇팔은 AI기반 3D비전으로 부품 인식과 공급 역할을 담당한다.

최종적으로 모든 공정 데이터 분석과 제어는 ‘위즈코어(Wizcore)’의 AI기반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이 맡았다.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선 변경, 오류 등 데이터를 수집, 최적의 자동화 공정이 이뤄지도록 한다. 말 그대로 이 자동화 공정 시스템의 ‘관재탑’ 역할을 하는 것이다.

황태선 파워오토로보틱스 사업전략실 부장은 “이형부품 삽입부터 셀렉티브 납땜, 자체적 물류 이송, 통합 관제 시스템까지 공정별 기술을 담당하는 5개 기업이 협력해 하나의 스마트팩토리 통합 솔루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아라의 로봇팔은 AI기반 3D비전으로 부품 인식과 공급 역할을 담당한다. / 박설민 기자
아라의 로봇팔은 AI기반 3D비전으로 부품 인식과 공급 역할을 담당한다. / 박설민 기자

◇ 최종 목표 ‘다크팩토리’, 성공 위해선 산업 구조에 맞는 지원 필요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에 5개 기업이 구성한 자동화 공정 시스템은 중세의 길드와 유사한 형태를 보였다. 상인(기업)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능력을 한데 모아 시장 경쟁력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과거 길드가 중세 유럽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낸 것처럼 중소기업들의 AI기술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였다.

황태선 파워오토로보틱스 사업전략실 부장도 “5개의 회사 기술을 집약해 하나의 공정 흐름을 보여준 이번 전시는 중세 시대 길드와 유사한 형태”라며 “각자의 회사들이 현재 보유한 기술 중 가장 우수한 것들을 결합해 한번 선보이자는 목적으로 이렇게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연합을 통해 5개의 AI·로봇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최종 정착지는 ‘다크팩토리(Dark Factory)’다. 이는 말 그대로 ‘불꺼진 공장’이라는 뜻이다. AI기반 로봇과 생산 기계 시스템이 24시간 사람이 없이도 완전 자동화를 통해 공장을 가동한다는 의미다. 인건비, 에너지 절감뿐만 아니라 고효율 생산이 가능해 스마트 팩토리의 최종 형태로 꼽힌다.

‘파워오토로보틱스’에서 개발한 ‘i-Series’ 앞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황태선 파워오토로보틱스 사업전략실 부장. / 박설민 기자
‘파워오토로보틱스’에서 개발한 ‘i-Series’ 앞에서 기술을 설명하는 황태선 파워오토로보틱스 사업전략실 부장. / 박설민 기자

실제로 관련 기술 산업 규모도 매해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다크팩토리 산업 규모는 오는 2030년 1,946억달러(약 29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8.7% 수준이다.

황태선 부장은 “다크팩토리라 함은 늦은 밤에 오퍼레이터 한두 명만 있어도 공장이 가동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빅테크나 대기업에서는 각자 기술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고 우리 5개 기업의 연합처럼 길드 형태를 만드는 것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종 목표인 다크팩토리의 달성까지 갈 길이 쉽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일단 자본 규모에서 글로벌 빅테크 혹은 대기업 등 경쟁사들과 차이가 크다. 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 연구개발확장도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의 경우 아마존과 구글, 화낙 (FANUC) 등 대기업 중심으로 다크팩토리 사업이 진행 중이다.

황태선 부장은 “정부에서는 공장 자동화 사업 분야에 업체들을 선정해 지원하는 제도를 진행 중이지만 이를 추진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당장 영세한 업체들은 수익이 나는 사업을 먼저 진행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지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AI자동화 길드 형성도 사업과 추구하는 회사 목표 방향이 비슷한 기업들이 모이게 된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있다”며 “고객들이 우리의 장비와 기술을 사용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지속적 대응을 통해 사업 선순환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르포] AI시대, 작은 기업들이 만든 ‘길드’의 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