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간이 빚은 한국의 맛... 발효 장인 모인 ‘발효문화대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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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숙성·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2026 K-푸드 발효문화대전’이 서울 강남구 aT센터에서 3일 개막했다. 사진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광이원의 부스를 둘러보는 방문객들. / 사진=김지영 기자
전통 숙성·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2026 K-푸드 발효문화대전’이 서울 강남구 aT센터에서 3일 개막했다. 사진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광이원의 부스를 둘러보는 방문객들. / 사진=김지영 기자

시사위크|양재동=김지영 기자  사찰음식 명장 1호 선재스님은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서 된장과 간장, 두 가지로 맛을 낸 비빔밥을 선보였다. 이때 사용한 간장의 가격이 10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선재스님은 한 유튜브 영상에서 이를 언급하며 “간장을 10년 동안 숙성한 세월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른다”며 “그만큼 우리 장이 값어치가 있고 소중하다”고 덧붙였다.

전통 숙성·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알리는 박람회가 3일 개막했다. ‘2026 K-푸드 발효문화대전’은 서울 강남구 aT센터에서 5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100개사 150개 부스가 참여한다. 이날 행사에서는 각종 장, 김치, 젓갈과 함께 발효음식 명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 기다릴수록 깊어지는 전통의 맛

광이원은 경기도 양평군에서 60년 동안 전통 장류를 제조하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문수 대표는 “간장을 10년 숙성하면 양이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짠맛이 감칠맛으로 변해, 그 가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숙성한 광이원의 간장은 냄새부터 일반 간장과는 달랐다. 맛을 보니, 진한 육수에서 날 법한 감칠맛이 입에 오래 남았다.

광이원은 직접 농사지은 원료로 전통 장류를 만들고, 이를 1,300여 개 장독대에서 숙성한다. 그리고 퓨전 한식당 ‘보배, 밥’과 체험장을 통해 이렇게 만든 장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미국의 요리 교육기관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의 교수가 체험장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올리브유보다 참기름, 케첩 말고 고추장

이날 행사에 참여한 케이 장 컴퍼니(The K-JANG company) 임병규 회장은 고추장 소스 6종 △홍치고 △레치고 △복치고 △블치고 △울고불고 △고마와와 김치유산균 쥬스를 선보였다. ‘치고’는 치즈 고추장을, 그 앞글자는 각각 홍삼, 레몬, 복분자, 블루베리를 의미한다. 특히 ‘울고불고’는 울금과 블루베리 고추장, 고마와는 ‘고추장 마요네즈 와사비’의 준말을 한국적 표현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며 고추장도 케첩과 스리라차 소스처럼 다양한 음식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상품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현재는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식상회’의 이지수 대표는 이날 참기름, 들기름과 함께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을 선보였다. / 사진=김지영 기자
‘미식상회’의 이지수 대표는 이날 참기름, 들기름과 함께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을 선보였다. / 사진=김지영 기자

60년 전통의 참기름, 들기름 제조사 ‘미식상회’의 이지수 대표는 이날 참기름, 들기름과 함께 생참기름과 생들기름을 선보였다. 미식상회의 참기름과 들기름은 깨를 볶는 과정에서 참깨는 160도, 들깨는 120도 정도의 저온에서 볶는다. 이 대표는 깨를 200도 이상 온도에서 태우듯이 볶으면 생산량이 많아지는 대신, 벤조피렌이라는 발암물질과 함께 탄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깨를 볶아서 압착하는 일반 참기름과 들기름과 달리, 생깨를 볶지 않고 그대로 착유한 기름은 시중에서 보기 힘들다. 압착 과정에서 기계에 무리가 갈 뿐만 아니라, 들이는 시간에 비해 생산량도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볶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오메가3 파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올리브유처럼 공복에 생들기름을 한 큰 술 먹을 것을 추천했다. 직접 먹어본 결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볶지 않아 고소함은 덜했지만, 오히려 들깨의 향이 잘 느껴지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지난해 괴산김장축제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김장경연대회’의 수상작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 사진=김지영 기자
지난해 괴산김장축제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김장경연대회’의 수상작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 사진=김지영 기자
행사장 한편에서는 발효세미나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사진은 발효체험교실의 약고추장 만들기 수업 모습. / 사진=김지영 기자

지난해 괴산김장축제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김장경연대회’의 수상작을 소개하는 부스도 마련됐다. 된장물김치, 해물반지, 올갱이 김치 등 생소한 김치가 눈에 띄었다. 이 대회는 전통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진지박물관과 괴산군이 지난해 처음으로 공동주관했다.

진지박물관 김정희 관장은 “괴산군은 절임배추의 원조 고장”이라는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괴산군은 1996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절임 배추 판매를 시작한 도시다. 이전에는 김장철 가정에서 직접 배추를 절여야했지만, 이 과정없이 김장을 할 수 있게 됐다.

한쪽에서는 발효세미나와 발효체험교실도 진행됐다. 4일, 5일에도 발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세미나와 함께 1년/5년/10년 숙성간장 시식, 현미 쌀 요거트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편 이 행사는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동인전람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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