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레인지로버가 다시 한 번 '최상위 럭셔리 SUV' 시장을 겨냥한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성능이나 플랫폼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과 감각 기술을 앞세운 초고가 모델이다.
JLR 코리아는 지난 3일 플래그십 모델인 '레인지로버 SV 블랙'을 국내에 출시했다. 최고출력 615PS의 V8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기존 SV 세레니티(Serenity)와 인트레피드(Intrepid)에 이어 SV 라인업을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 판매가격은 3억6267만원.
표면적으로 보면 새로운 컬러 테마를 강조한 파생 모델에 가깝다. 그러나 레인지로버가 이 모델을 내놓은 맥락을 살펴보면 최근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는 '초개인화 SUV' 경쟁과 맞닿아 있다.
최근 초고가 SUV 시장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 벤틀리, 롤스로이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포르쉐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개인화 프로그램과 초고급 맞춤 옵션을 강화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보다 '나만의 차량을 만드는 경험'을 상품화하는 전략이다.

레인지로버의 SV 브랜드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 SV는 일반 모델과 달리 디자인, 소재, 장인 제작 요소를 강조한 최상위 개인화 라인업이다. 기존 레인지로버 고객층보다 더 높은 가격대의 맞춤형 시장을 겨냥한다. 이번 SV 블랙 역시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모델 이름에 '블랙'을 붙인 이유도 단순한 색상이 아니다. 외관과 실내 전반을 블랙 계열로 통일해 브랜드가 말하는 '모던 럭셔리'의 미학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테마 모델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이번 모델에서 JLR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디자인보다 차량 내부에서의 감각 경험이다. 대표적인 기능이 '센서리 플로어(Sensory Floor)' 기술이다.
차량 바닥과 시트에 장착된 트랜스듀서가 음악 신호와 연동해 진동을 전달하는 구조다. 전통적인 오디오 시스템이 귀 중심 경험이라면, 이 기술은 몸 전체로 음악을 체감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 장치는 레인지로버의 바디 앤 소울 시트(Body-And-Soul Seat)와 함께 작동한다. 좌석과 바닥에 각각 배치된 트랜스듀서가 동시에 반응하면서 음악이나 웰니스 프로그램에 맞춰 진동을 전달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이 같은 기술을 웰니스 차량 기술 범주로 분류한다. 차량이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휴식공간이나 개인공간으로 확장되면서, 마사지 기능이나 조명, 향기 시스템 등 감각 요소가 새로운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레인지로버 역시 이런 흐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레인지로버 SV 블랙의 디자인 요소는 대부분 이름 그대로 올 블랙 테마로 구성된다. 외관에는 나르빅 글로스 블랙 컬러와 블랙 메시 그릴, 블랙 보닛 레터링이 적용된다. 23인치 단조 휠과 브레이크 캘리퍼 역시 어두운 톤으로 통일했다. 후면에는 블랙 세라믹 소재 SV 라운델이 장착된다.
실내 역시 동일한 방향으로 구성됐다. 에보니 니어 아닐린 가죽, 블랙 버치 베니어, 새틴 블랙 세라믹 기어 시프트 등 대부분의 소재가 어두운 색조 중심이다. 브랜드가 강조하는 키워드는 절제된 럭셔리다.

이런 디자인 접근은 최근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흐름이다. 크롬과 화려함 대신 어두운 색상과 최소한의 장식을 활용해 고급감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번 모델 공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차량 자체보다 전용 공간을 함께 소개했다는 점이다. 레인지로버 SV 블랙은 서울 강남에 새로 문을 연 'SV 비스포크 스튜디오'에서 공개됐다. 고객이 차량 옵션을 직접 구성하는 커미셔닝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색상, 소재, 자수, 금속 디테일 등을 선택하는 7단계 커스터마이징 과정이 진행된다. 고객이 디자이너와 함께 차량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최근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런 공간을 확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초고가 자동차 시장에서는 차량 자체보다 구매 경험과 브랜드 경험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 역시 전용 스튜디오를 통해 이 경험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레인지로버 SV 블랙의 등장은 현재 럭셔리 SUV 시장의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 시장에서는 이미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리넌,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등 강력한 경쟁 모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개인화 옵션과 초고가 맞춤 모델이 빠르게 늘고 있다.
레인지로버는 오랜 기간 '럭셔리 SUV의 원조'라는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경쟁 브랜드들이 비슷한 시장에 진입하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할 필요성도 커졌다.
SV 블랙은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모델이다. 강력한 성능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내세우기보다 개인화, 감각 기술, 브랜드 경험을 결합해 초고가 고객층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지금, 레인지로버 SV 블랙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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