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하나은행이 한국은행, BGF리테일과 손잡고 예금 토큰 기반 결제를 CU 편의점 등 유통 현장으로 확대한다. 단순한 디지털 결제 혁신을 넘어 공공 재정 집행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국은행·BGF리테일과 함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 주관하는 예금 토큰 실증 사업의 확장 단계로, 하나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Tokenized Deposits)’을 CU 편의점에서 실제 결제에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금 토큰은 기존 예금을 디지털 형태로 구현한 것으로, 일종의 ‘디지털 예금’으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하나은행 모바일 앱 ‘하나원큐’와 연동된 예금 토큰을 전국 약 1만9000여 개 CU 매장에서 바코드 또는 QR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BGF리테일은 기존 POS 시스템을 활용해 점주의 추가 부담 없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환경을 구축했다.
이번 2단계 사업은 단순 결제 실험을 넘어 정부의 ‘국고보조금 디지털 집행 로드맵’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개인 간 송금, 생체 인증 결제, 잔액 부족 시 계좌 자동 전환 기능까지 포함되면서 활용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관련 기사 : ‘빅 브라더’ 될까…한은 예금토큰 실험, 효율 vs 통제 기로>
◇ “결제 혁신 넘어 재정 인프라”…확장성에 주목
금융권에서는 예금 토큰이 기존 결제 수단 대비 정산 효율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유통망과 결합할 경우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사용성이 크게 높아지고,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기존 카드 결제 대비 중간 결제망을 거치는 과정이 줄고, 통상 2~3일 소요되던 정산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제 정산 구조가 간소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공공 재정 집행까지 연결되면 보조금 지급 과정의 투명성과 집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은행 역시 BGF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생활 밀착형 영역으로 확장하고, 향후 공공 분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호성 하나은행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디지털 결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인프라 조성 및 제반 기술의 적용 가능성 있는 사업을 선도적으로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편의성 뒤 통제 가능성”…조건부 결제 논쟁도
다만 예금 토큰의 구조적 특성상 우려도 적지 않다. 예금 토큰은 거래 흐름을 디지털로 추적할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사용처·사용 기한 등을 설정할 수 있어 향후 공공 재정과 결합될 경우 ‘조건부 화폐’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특정 업종이나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보조금 지급이 가능해지는 만큼 재정 누수를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반대로 소비자의 자금 사용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모든 거래가 데이터로 기록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범위에 대한 제도적 논의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사업이 한국은행 주도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형식적으로는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 토큰이지만, 중앙은행이 인프라 설계와 실증을 주도하는 구조는 향후 디지털 화폐 체계에서 은행의 역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아직 실증 단계인 만큼 제도화 여부와 실제 도입 방향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 “생활 결제 실험 본격화”…속도보다 설계가 관건
하나은행은 앞서 1단계 사업에서 이디야커피, 세븐일레븐, 교보문고, 현대홈쇼핑, 농협 하나로마트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예금 토큰 결제를 시험하며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해왔다.
이번 2단계에서는 CU를 기반으로 유통망을 본격 확장하고, 향후 공공 영역까지 연결하는 실증을 이어갈 계획이다.
결국 예금 토큰은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유통·재정 시스템을 동시에 재편할 수 있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확산 속도에 걸맞은 제도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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