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해외에 사는 국민에게도 투표권은 보장돼 있다. 그러나 현실의 재외선거는 대사관이나 영사관까지 직접 가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누군가는 차로 몇 시간을 달리고, 또 누군가는 비행기타고 투표를 하러 가야한다. 때문에 교통비와 숙박비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권리는 평등하지만, 투표까지의 거리는 평등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 재외선거 본질은 ‘접근권’… “국회, 지선도 포함해야”
현행 재외선거는 해외 공관에 설치된 투표소를 직접 방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선거의 공정성과 관리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방식이 모든 유권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투표가 가능한 공관과 가까운 지역에 사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거리가 먼 재외국민에게는 투표 자체가 부담이 된다.
이 지점에서 ‘재외선거인’ 제도는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가 된다. 어떤 사람에게 투표는 몇십 분 이동으로 끝나는 일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며칠 일정과 수십만원의 비용이 필요한 일이다. 같은 제도 아래에서도 참여 조건이 크게 달라지면서 결과적으로는 참여 가능한 사람만 투표를 가능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럴 경우 투표율에서 차이가 난다. 겉으로 보면 재외선거 투표율은 낮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미 등록과 이동이라는 과정을 통과한 집단이다. 다시 말해 ‘투표하기로 결심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사람들’만 남은 결과다. 처음부터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재외선거는 참여율이 아니라 ‘참여 접근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제도다.
투표율 수치만 보면 정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수 유권자가 출발선에 서지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이 문제는 외부 환경이 변할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감염병 확산이나 해외 현지 정세 변화가 발생하면 공관 운영이 제한되고, 투표 참여는 급격히 위축된다. 평상시에도 이동이 부담인데, 위기 상황에서는 그 부담이 사실상 투표 불가능 수준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재외선거가 개인의 의지보다 환경에 더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제도의 사각지대도 분명하다. 현재 재외선거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만 적용되고, 지방선거는 해외에서 투표할 수 없다. 주민등록이 살아 있는 국외부재자라도 예외는 없다.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지방선거권이 사실상 중단되는 셈이다. 선거 종류에 따라 참정권이 부분적으로만 보장되는 구조다.
이에 지방선거까지 재외선거를 확대하려는 입법 시도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1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재외선거 적용 대상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에서 지방의회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외에 체류하더라도 국내 유권자와 동일하게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도 지난 1월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선거 종류에 따라 제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문제의식 아래 재외선거 범위를 지방선거까지 넓히는 방안을 담았다. 다만 두 법안 모두 지역 대표성과 거주 기반 민주주의 원칙과의 충돌이라는 쟁점을 안고 있어, 실제 제도화까지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 문제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투표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왔다. 우편투표나 전자투표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해 물리적 제약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직접 방문 중심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공정성과 관리의 안정성을 우선한 선택이지만 그만큼 접근성은 제한되는 구조다.
재외선거의 쟁점은 단순한 투표율 문제가 아니라 ‘접근권’에 가깝다. 법적으로는 권리가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현행 재외선거 제도는 거리와 비용, 절차적 제약 등 현실적인 장벽으로 인해 상당수 유권자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제도 개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다만 논의의 초점은 단순히 투표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행 제도가 재외국민에게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는지, 제도의 설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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