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갈등 커지는데… ‘유언장 보관 제도’ 도입 필요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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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필유언장의 위조‧변조‧분실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공적유언보관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상속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필유언장의 위조‧변조‧분실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공적유언보관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상속 분쟁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필유언장의 위조‧변조‧분실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한 ‘공적유언보관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유언증서 등록‧보관제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상속재산분할사건의 수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소송물가액이 1억원 이하인 사건이 전체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유언보관제도가 논의되는 배경에는 국내에서 ‘자필증서유언’이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있다. 현재 유언 방식은 민법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에 따라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자필증서유언은 공증인 비용이 들지 않고 작성이 간편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필증서유언은 유언자가 개인적으로 보관한다는 특성상 훼손이나 분실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2024년 작성된 검인조서 131건을 분석한 결과, 가족 등이 유언자의 의도에 따라 유언장을 발견‧확보한 사례가 10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유품 정리 과정에서 발견된 경우는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공적유언보관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8년 민법 개정과 함께 ‘법무국에 의한 유언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유언서보관법)이 마련돼 2020년 7월부터 시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2023년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언증서 보관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2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사법정책연구원 정현준 연구담당관은 공적유언보관제도와 관련해 △유언자가 직접 보관기관에 출석하도록 해 대리인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고 △고령자의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해 시‧군 법원까지로 담당 기관을 확대하며 △자필증서 및 녹음유언의 방식에 대해 형식적 심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2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사법정책연구원 정현준 연구담당관은 공적유언보관제도와 관련해 △유언자가 직접 보관기관에 출석하도록 해 대리인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고 △고령자의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해 시‧군 법원까지로 담당 기관을 확대하며 △자필증서 및 녹음유언의 방식에 대해 형식적 심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 유언의 공적 보관… 핵심은 ‘접근성’과 ‘신뢰성’

2일 오전 국회에서는 ‘유언장 보관 제도 왜 필요한가? 공적유언보관제도의 필요성과 법률안 제정 방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사법정책연구원 정현준 연구담당관은 공적유언보관제도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제시했다.

정 연구담당관은 크게 △유언자가 직접 보관기관에 출석하도록 해 대리인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고 △고령자의 지리적 접근성을 고려해 시‧군 법원까지로 담당 기관을 확대하며 △자필증서 및 녹음유언의 방식에 대해 형식적 심사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정현준 연구담당관은 “보관 신청 철회 과정에서도 제3자 개입 우려가 있는 만큼, 유언자의 직접 방문이 필요하다”며 “원본 반환 방식은 유언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사망 시 유언의 존재를 알리는 자동 통지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자 중 유언을 남긴 경우를 확인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 시스템과 유언등록보관시스템을 연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며 “제안하는 보관 기간은 20년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양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유언장보관업무는 일선 행정 기관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모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민센터에서 유언장을 보관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포함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유언장 보관 제도 왜 필요한가? : 공적유언보관제도의 필요성과 법률안 제정 방안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구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정현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담당관, 소순무 한국후견협회 명예회장,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양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의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유언장 보관 제도 왜 필요한가? : 공적유언보관제도의 필요성과 법률안 제정 방안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김구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정현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담당관, 소순무 한국후견협회 명예회장,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양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의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기관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 기관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적지 않았던 상황 속 유언장과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공공기관에 맡기는 것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제도 이용률과 직결되는 문제다.

김구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는 “‘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제3항은 형사사법업무 처리기관이 전자화 대상문서를 제출한 사람에게 전자화대상문서를 반환하는 경우 전자화문서와 전자화대상 문서의 동일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며 “유언 및 유언증서가 갖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보다도 더욱 강화된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공적유언보관제도는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필요성과 개인의 사적 영역을 국가가 관리하는 데 따른 신뢰 문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유언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국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보안 체계와 접근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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