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없는 심해 베팅… TMC 투자한 고려아연, ‘리스크’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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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투자한 심해채굴 기업 TMC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손실 확대와 자금조달 의존 구조가 이어지며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고려아연이 투자한 심해채굴 기업 TMC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가운데 손실 확대와 자금조달 의존 구조가 이어지며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고려아연이 투자한 심해채굴 기업 더 메탈스 컴퍼니(TMC)의 실적이 공개되면서 투자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손실 규모가 빠르게 확대된 데다, 사업 자체가 상업화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점이 확인되면서다. 여기에 인허가와 규제, 환경 논란 등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해당 투자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 고위험 사업 투자… 고려아연 판단 도마 위

TMC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 실적 보고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연간 순손실은 3억1,980만 달러(약 4,800억원)로 전년(8,190만 달러)보다 약 3.9배 늘었다. 회사는 비용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주식기반보상 확대와 일반관리비 상승 등을 들었다. 이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에서 비용 구조가 확대되고 있음을 설명한 것이다. 손실 확대는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수익 창출 이전 단계에서 지출이 계속 누적되는 사업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수익 구조다. TMC는 2024년 기준 정식 연간보고서(Form 10-K)에서 “현재까지 매출을 발생시키지 못했다(To date, we have not generated any revenue)”고 명시하고 있다. 상업 생산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만큼, 당분간 자체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회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런 사업구조의 경우 자금 의존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TMC는 같은 보고서에서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자금 확보에 실패할 경우 운영 계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매출 없이 비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TMC는 2025년 연간 순손실 3억1,980만 달러를 기록하며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정보 갈무리
TMC는 2025년 연간 순손실 3억1,980만 달러를 기록하며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손실 규모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정보 갈무리

실제 현금 상황도 여유롭다고 보긴 어렵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약 1억1,760만 달러(약 1,760억원) 수준이다. 연간 손실 규모와 비교하면 추가 자금조달 여부가 사업 지속성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TMC의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비철금속 분야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평가받는 고려아연이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이미 투자를 진행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2025년 약 8,520만 달러(약 1,200억원)를 투입해 TMC 지분을 확보했다. 투자 당시 상황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재무 상태와 사업 형태를 고려할 때 상업화 이전 단계의 고위험 사업에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평가되며, 투자 판단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의 우려도 존재한다. 심해채굴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높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심해채굴은 국제해저기구(ISA/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 체계 아래에서 관리되지만, 상업 채굴을 허용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개발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서 채굴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부 규칙이 완전히 정리된 상황도 아니다. 이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규정 변화에 따라 사업 추진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허가 기준 변경이나 환경 규제 강화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심해채굴은 국제기구 뿐만 아니라 개별 국가의 허가도 받아야만 상업 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별 국가의 정책과 규제 환경이 사업 성립의 전제가 된다. 이 과정에서 규제 기준이 강화되거나 승인 절차가 지연될 경우 사업 일정 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의 TMC 투자와 관련해 사업 불확실성과 재무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의 TMC 투자와 관련해 사업 불확실성과 재무 리스크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뉴시스

환경 논란도 변수다. The Ocean Foundation 등 국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심해 생태계 훼손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채굴 유예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심해 환경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심해채굴이 상업 생산에 성공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적 가능성과 별개로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규제와 인허가, 환경, 경제성 등 다양한 변수가 동시에 작용하는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는 높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계와 투자업계의 시각을 종합하면 최윤범 회장이 이끄는 고려아연의 TMC 투자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심해채굴은 환경 규제와 국제법적 쟁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분야로,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영역이다. 여기에 TMC 경영진의 과거 사업 이력까지 고려할 경우 투자 리스크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조건 속에서 초기 단계 사업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점을 두고 자금 배분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해 “TMC는 아직 실제 채광을 시작하지 않았고, 소수지분 투자자로서 국제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해당 투자는 재무적 목적에 한정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TMC의 재무구조 취약성과 사업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해당 투자 판단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본지는 현재 고려아연 측에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질의한 결과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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