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시선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쏠려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정책적 육성 방향은 NPU(신경망처리장치)를 중심으로 한 국산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으로 향하고 있다.
△ GPU의 에너지·비용 한계, NPU가 대안
정부가 NPU 투자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GPU가 가진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본래 그래픽 연산을 위해 설계된 GPU는 AI 연산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이지만, 막대한 전력 소모와 높은 도입 비용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반면 NPU는 인공지능의 핵심인 신경망 연산에만 최적화된 설계로 저비용·고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주축으로 대규모 정책 자금을 투입한다. 정부는 AI 반도체 분야에 총 50조원을 배정하고, 당장 올해 10조원의 자금을 집행해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모빌린트 등 국내 대표 팹리스 기업들의 기술 국산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6000억 규모 '메가 프로젝트'
그 첫 실행 사례가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리벨리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를 열고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양산·차세대 칩 개발사업에 2500억원을 직접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정부가 마중물 자금을 넣고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1차 메가프로젝트' 중 직접투자 방식으로는 첫 승인 사례다.
이번 증자의 총규모는 6000억원에 달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을 필두로 산업은행 500억원, 미래에셋 등 민간 투자자가 3000억원을 함께 투입한다. 최근 NH농협손해보험도 손보업계 최초로 1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리벨리온은 프리IPO 투자 유치 이후 약 3조4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평가되며,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리벨(REBEL)100'의 경쟁력
리벨리온이 개발한 2세대 칩 '리벨100'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를 겨냥한 추론 전용 AI 반도체다. 금융위에 따르면 리벨100은 최신 HBM3E를 탑재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줄였으며, 칩렛(Chiplet)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연산 처리량과 전력 효율성 면에서 글로벌 경쟁사 대비 탁원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리벨리온은 삼성전자, SK, KT는 물론 영국 ARM, 미국 마벨(Marvell)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을 전략적 투자자(SI)로 확보하고 있다. 리벨리온은 올해 7월 양산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설계부터 제조까지 국내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통해 '소버린(Sovereign) AI'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 틈새시장 공략하는 하이퍼엑셀과 모빌린트
하이퍼엑셀은 LPDDR과 LLM(거대언어모델) 추론에 특화된 가속기인 LPU(LLM Processing Unit)를 선보이며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퍼엑셀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온디바이스 엣지 기술에 집중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자율주행이나 실시간 통역처럼 지연 시간 없는 빠른 응답 속도가 필요한 영역에서 생성형 AI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모빌린트 또한 NPU 기반의 엣지 환경 솔루션을 앞세워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하고 있다. 우선 범용성이 중요한 온프레미스 영역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14나노 공정을 활용한 칩 '에리스(ARIES)'를 출시해 대응 중이다.
반면 전력 효율이 관건인 CCTV나 카메라 등 온디바이스 영역에서는 TSMC의 12나노 공정 기반인 '레귤러스(REGULUS)'를 투입했다. 기기의 크기와 전력 소모 제한이 엄격한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함으로써 스마트 시티와 보안 시장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 AI 반도체 세대교체와 G3 도약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4년 818억 달러에서 2029년 3902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33% 성장이 예상된다. 과거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가 CPU 중심이었다면, 이제 AI 시대의 연산 주도권은 학습된 모델을 서비스화하는 '추론용 NPU'로 이동할 전망이다.
정부의 이번 투자는 설계부터 제조까지 국내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통해 소버린 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 AI 3강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업계는 대규모 자금 투입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의 시제품 양산과 글로벌 레퍼런스 확보로 이어져, 특정 외산 GPU에 의존하던 국내 AI 인프라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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