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열한 번째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린 27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국토 수호에 목숨을 바친 55명의 영웅을 기렸다. 이러한 ‘특별한 희생’에 대한 충분한 예우를 강조했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에 정부가 책임을 다할 것을 공언했다. 이러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평화와 번영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이전 정부가 강조해 온 ‘북한’, ‘도발’ 등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자리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반복됐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바탕으로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강조했던 보수 정권의 안보관을 대신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제1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싸워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며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대결과 긴장이 감돌던 서해의 과거를 끝내고 공동 성장과 공동 번영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일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대통령의 의지는 기념사 곳곳에 묻어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카인즈’를 활용해 대통령 기념사 형태소 분석을 한 결과 이 대통령은 ‘평화’라는 단어를 총 8번 사용했다. 서해수호의 날 대통령 기념사에서 자주 사용될 수밖에 없는 ‘서해(11번)’, ‘대한민국(10번)’, ‘국민(10번)’을 제외하면, 가치를 담은 단어 중 가장 빈번하게 사용됐다.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셈이다.
◇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 약속
이는 이전 정부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와는 확연한 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취임 후 처음으로 참석한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북한’과 ‘도발’이라는 단어만 각각 6번씩 사용됐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서해(10회)’, ‘국민(8회)’ 등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2024년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도 ‘북한(7번)’, ‘안보(7번)’, ‘도발(6번)’, ‘위협(5번)’ 등의 어휘가 활용됐다.
이러한 메시지의 차이는 각 정부가 지향하는 ‘안보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전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하며 ‘자유 수호’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면, 이 대통령의 경우 평화를 토대로 한 ‘공동체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서해를 “조국의 최전선”이라면서도 “공동체가 함께 지켜낸 국민의 바다”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의미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영웅’으로 평가하는 것 만큼은 진영을 가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영웅들’이라는 단어를 총 7번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 번영의 그 밑바탕에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이 자리 잡고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충분한 예우’도 약속했다.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의 원칙을 강조하며 △참전유공자 배우자에 대한 생계지원금 시행 △보훈 위탁 의료기관 2,000곳 확대 등 구체적 정책을 거론했다.
한편, 이 대통령 내외는 이날 기념식에 앞서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전,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차례로 헌화 및 참배했다. 이 대통령은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고(故) 서정우 하사의 모친을 만나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겠다”며 서 하사의 어머니를 위로했다. 아울러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고(故) 박정훈 병장의 부친으로부터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그거 지켜달라”는 요청에 “저희가 잘 챙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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