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차피 월급을 모아서는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지금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레버리지를 활용할 타이밍입니다."
구독자 수만 명을 보유한 한 '핀플루언서(금융+인플루언서)'의 영상에는 2030세대의 동조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정규 교과과정에서 외면받아 온 금융교육의 빈자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정보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기초적인 금융 지식 없이 고위험 자산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늘면서, 이들의 부실한 자산 형성이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이해력 추락…청년층 부실 위험 확대
2030세대의 자산시장 접근성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이들의 금융 체력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직전 조사 대비 3.2점 하락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이해력 저하가 단순한 통계상의 하락에 그치지 않고 실물경제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자 부담이나 원금 상환 계획에 대한 충분한 계산 없이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는 청년층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고위험가구의 비중은 2020년 3월 22.6%에서 지난해 3월 34.9%로 급증했다. 고위험가구는 벌어들인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상환에 사용하거나, 보유 재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전부 갚을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고위험가구 셋 중 하나가 청년층인 셈이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자산 축적도가 낮은 청년층 가구가 주택 구입과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부채 차입에 나서면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청년층 고위험가구의 증가폭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원인을 제시했다.
아울러 대출 연체율 역시 20대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20대 평균 연체율은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50대(0.37%) △40대(0.35%) △60세 이상(0.32%) △30대(0.23%) 순이다.
비대면으로 돈을 빌리기 쉬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20대 연체율은 더욱 심각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케이뱅크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20대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4.05%로 나타났다. 3년 전인 2021년 말 대비 2.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허들 낮아진 자산시장 참여 "금융교육 고도화 필요"
청년층의 자금 조달 문턱은 최근 수년간 모바일 뱅킹의 발달과 비대면 대출 활성화로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터치 몇 번이면 수천만 원의 신용대출이 실행되는 등 금융 서비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2030세대의 자산시장 참여도 역시 급증했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의 주식·채권·펀드 보유 가구 비중이 거의 2배 증가했다.
청년들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1월 기준, 업비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2030 계정은 548만 개에 달한다. 이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전체 2030세대(1237만 명)의 44%에 해당하는 수치다. 다시 말해 2030세대 10명 중 4명 이상이 업비트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임나연 자본시장연구위원은 "청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 투자와 더불어 주식·펀드 등 금융자산 투자 열풍도 청년층에서 크게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유튜브나 SNS를 통한 정보 확산과 모바일 앱을 통한 손쉬운 거래 환경은 청년층의 금융자산 투자를 더욱 확대시켰다"고 평가했다.
기초 지식이 부족한 청년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거나 검증되지 않은 SNS 정보에 현혹되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돈을 빌리기 쉬워진 환경 속에서 시장 참여자까지 급증한 만큼, 금융교육 정책의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특히 빚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제고와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 속도에 맞춰 업권 전체가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금융교육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며 "하지만 개별 금융사 입장에서는 필수 동의 체크박스를 두는 것 외에 선뜻 자발적인 허들을 치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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