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태고의 끌림③] 한반도, 공룡들의 작은 낙원

시사위크
‘한반도(韓半島)’는 선캄브리아 시대인 약 25~30억년 전, 지각 변동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이후 수많은 생물종이 살았다. 이후 쥐라기와 백악기를 거치며 한반도는 말 그대로 ‘공룡들의 작은 낙원’이 됐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한반도(韓半島)’. 동아시아에 위치한 이 독특한 반도 지형은 우리 민족의 역사가 시작되기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선캄브리아 시대인 약 25~30억년 전, 지각 변동과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갔다.

한반도에 서식했던 여러 생물들 중엔 ‘공룡’도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과학자들은 트라이아스기 말인 2억300만년 전 코엘로피시스와 같은 초기 형태의 작은 수각류(육식공룡)이 번성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쥐라기와 백악기를 거치며 한반도는 말 그대로 ‘공룡들의 작은 낙원’이 됐다.

그렇다면 과거 이 땅을 지배했던 한반도의 주인들은 어떻게 살아갔을까. ‘시사위크’에서는 최근 이뤄진 공룡 연구를 중심으로 한반도 공룡 연구의 역사, 그리고 공룡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19일 한국 전남 신안에서는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로 불리는 신종 공룡화석이 발견됐다./ 팔레오아티스트 이준성 작가 제공
지난 19일 한국 전남 신안에서는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로 불리는 신종 공룡화석이 발견됐다./ 팔레오아티스트 이준성 작가 제공

◇ ‘아기공룡둘리’, 1억년 거슬러 한국에 등장

지난 19일 전 세계 공룡연구자들의 이목이 한국 전남 신안에 집중됐다. 새로운 공룡종의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몸길이 약 1m의 작은 이 공룡은 백악기 중기 1억 1,300만년에서 9,400만년 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종은 ‘테스켈로사우루스과(thescelosaurid)’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 공룡의 이름은 ‘둘리사우루스 허미니(Doolysaurus huhmini)’다.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발견했다. 이름은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에서 따온 것이 맞다. 뒷부분의 종소명은 한국 공룡 연구의 대가인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둘리사우루스는 어린 개체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테스켈로사우루스과에 속하는 만큼 이족보행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장 부위에서는 ‘위석’이 발견됐다. 이는 공룡들이 소화를 돕기 위해 삼킨 돌멩이다. 따라서 둘리사우루스는 식물과 열매, 곤충 등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리사우루스의 이름은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에서 따온 것이 맞다. 뒷부분의 종소명은 한국 공룡 연구의 대가인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둘리나라
둘리사우루스의 이름은 ‘아기공룡 둘리’의 주인공 ‘둘리’에서 따온 것이 맞다. 뒷부분의 종소명은 한국 공룡 연구의 대가인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둘리나라

둘리사우루스의 발견은 한국 공룡 연구의 한 획을 그은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 2011년 ‘코리아케라톱스(Koreaceratops)’가 학계에 보고된 이후 15년 만에 발견된 세 번째 한국 토종 공룡이기 때문이다. 공룡 발자국, 알 등 비교적 쉽게 발견되는 화석과 달리 공룡의 뼈 화석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된다.

이번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발견한 조혜민 국립광주과학관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둘리사우루스는 한국에서 보고되는 세번째이자, 15년 만에 보고된 신종 공룡”이라며 “그중에서도 둘리사우루스는 두개골을 처음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개골은 공룡의 종을 구분할 때 가장 핵심적인 해부학적 특징 뿐만 아니라 생태적인 특징을 포함해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라며 “아쉽게도 기존에 보고되었던 두 공룡종에서는 두개골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둘리사우루스는 두개골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리사우루스는 이빨 형태 뿐만 아니라 위석의 크기와 형태를 통하여 이 공룡이 집식성의 식성을 가졌을 것으로 해석된다”며 “중생대 한반도의 생태계가 얼마나 픙요롭고 다양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연구 성과”라고 전했다.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국립광주과학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하는 모습./ 국립광주과학관
전남대학교 한국공룡연구센터, 국립광주과학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둘리사우루스 화석을 발굴하는 모습./ 국립광주과학관

◇ 한반도의 공룡은 작지 않았다

미국, 중국 등 공룡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지역과 비교해도 한반도는 ‘공룡의 천국’이라 불릴만한 곳이었다. 실제로 고성, 해남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도를 자랑한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손에 꼽힐 정도로 굉장히 많이 발견된다”며 “대표적으로 경남 고성이나 전라남도 해남, 남해안 지역에서는 다양한 육식공룡과 초식공룡 발자국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허민 전남대 교수팀(현 국가유산청장)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백악기 퇴적층에서 공룡 발자국과 알, 둥지, 이빨, 뼈 등 다양한 화석이 발견됐다. 특히 발자국은 여러 분지 지형에서 27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가 발견됐다.

다만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한국의 공룡 화석 발굴 소식이 들릴 때마다 조금은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거대한 공룡, 즉, 20m가 넘는 브라키오사우루스같은 커다란 발견 소식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한국은 ‘작은 공룡들만 살았냐’는 어린이들의 질문도 자주 받는다고 한다.

미국, 중국 등 공룡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지역과 비교해도 한반도는 ‘공룡의 천국’이라 불릴만한 곳이었다. 실제로 고성, 해남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도를 자랑한다. 사진은 경남 고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 국가유산청
미국, 중국 등 공룡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지역과 비교해도 한반도는 ‘공룡의 천국’이라 불릴만한 곳이었다. 실제로 고성, 해남 지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룡 발자국 화석 밀집도를 자랑한다. 사진은 경남 고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 국가유산청

이는 한반도의 작은 지형 특성 때문이다. 공룡화석이 가장 자주 발견되는 미국이나 몽골 고비사막은 면적이 굉장히 넓다. 때문에 커다란 땅덩어리에서 온전한 화석이 발견될 확률이 높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개간과 도심화가 이뤄진 지형이 많다. 때문에 주요 화석지와 비교해 커다란 공룡화석을 발견할 확률이 낮은 것이다.

이항재 관장은 “북미, 남미, 중국, 고비사막 등 주요 화석지들은 굉장히 광활하기 때문에 훨씬 더 다양한 크기의 공룡들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땅덩어리가 작기 때문에 공룡을 발견할 기회 자체가 적고 도시화가 진행된 곳이 많아 화석 발견 확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조혜민 연구원도 “거대한 공룡은 화석화 되기 위해 완전히 매몰되기 전에  부패하거나 흩어지기 쉽다”며 “반면 작은 공룡은 상대적으로 빨리 매몰될 수 있어 화석이 되기 유리한 조건이라 발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암석은 공룡화석으로 유명한 다른 지역에 비하여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발견, 발굴, 연구가 매우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작은 화석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연구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대형 포식자 공룡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Sue'의 두개골 3D프린팅 모형
한반도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대형 포식자 공룡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물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Sue'의 두개골 3D프린팅 모형

◇ 우리나라에도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육식공룡이 살았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어린이들의 왕인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포식자도 한반도에 분명히 살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물론 크기 자체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단 작을 수 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육식공룡들은 한반도에서 다수 서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타깝게도 2012년 개봉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받았던 영화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의 주인공인 타르보사우루스가 실제 한국에서 서식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까지 화석이 몽골과 중국에서만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항재 관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공룡발자국화석과 세계적인 규모를 보이는 거의 온전한 형태의 대형 수각류 알둥지화석이 발견되는 것을 통해 거대한 공룡들도 서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어딘가에 대형공룡의 뼈화석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남해안 지역 하산동층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단 작지만 거대한 육식공룡의 이빨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쥬라기공원의 인기 공룡이었던 벨로시랩터의 친척뻘 되는 드로마에오사우루스의 뼈 일부도 발견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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