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태고의 끌림④] 공룡, 타임머신을 타다

시사위크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은 공룡을 실제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은 공룡을 실제로 복원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는 대중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1993년, 전 세계 극장가 스크린에 등장한 거대한 생물 ‘공룡’은 사람들을 완전히 사로 잡았다. 거대하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은 때론 아름답게, 때론 무시무시하게 다가왔다. 영화 ‘쥬라기공원’은 그렇게 수많은 어린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유년 시절의 추억을 선사했다. 

동시에 쥬라기공원이 미친 파급력은 과학계로도 이어졌다. 생명공학분야에선 실제로 과연 공룡의 복원이 가능할까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물론 당시 기술력으론 ‘불가능’하다는 실망스러운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지난 5일, 일론 머스크가 공룡 복원 스타트업 투자 가능성에 대해 “나는 누군가 이걸 해줬으면 좋겠어!(I hope someone makes this work!)”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대중들 사이에선 어쩌면 일론 머스크와 같은 막강한 재력가가 나설 경우 공룡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전문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공룡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1%의 가능성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가능성 높은 공룡 복원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 ‘시사위크’는 이와 관련한 생명과학분야 연구 현황, 국내 공룡 연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가능성을 살펴봤다.

 지난 5일, 일론 머스크가 공룡 복원 스타트업 투자 가능성에 대해 “나는 누군가 이걸 해줬으면 좋겠어!(I hope someone makes this work!)”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대중들 사이에선 어쩌면 일론 머스크와 같은 막강한 재력가가 나설 경우 공룡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 캡쳐
지난 5일, 일론 머스크가 공룡 복원 스타트업 투자 가능성에 대해 “나는 누군가 이걸 해줬으면 좋겠어!(I hope someone makes this work!)”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대중들 사이에선 어쩌면 일론 머스크와 같은 막강한 재력가가 나설 경우 공룡을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위터 캡처

◇ 쥬라기공원 속 공룡 복원 기술은 ‘실존’한다

일단 쥬라기공원에 등장한 공룡 복원 기술은 놀랍게도 ‘실제’ 존재하는 생명공학기술이다. 영화보다 자세한 설명으로 묘사된 원작소설에선 이 기술을 ‘로이 항체 추출 기술(loy antibody extraction technique)’이라 정의했다.

로이 항체 기술은 1983년 호주국립대학교의 고고학자 토마스 H.로이 박사가 고안했다. 과거 유물에서 발견된 고대 석기와 뼈의 미세한 혈흔 흔적을 식별하는데 사용한 기술이다. 실제로 당시 로이 박사는 브리시티컬럼비아에서 발굴된 600년에서 1,000년 사이의 석기 104점에서 혈흔을 검출했다.

로이 박사는 각각의 석기에서 혈흔 흔적을 긁어냈다, 그 다음, 샘플을 만들어 헤모글로빈에 민감한 종이스트립으로 분석했다. 최종 완성된 샘플을 젤에 넣고 전기장에 노출시키자 헤모글로빈 분자가 특정 동물종에 해당하는 패턴으로 정렬됐다. 1,000년전 사냥된 동물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을 검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쥬라기공원에 등장한 공룡 복원 기술은 놀랍게도 ‘실제’ 존재하는 생명공학기술이다. 영화보다 자세한 설명으로 묘사된 원작소설에선 이 기술을 ‘로이 항체 추출 기술(loy antibody extraction technique)’이라 정의했다./ 영화 스틸컷
쥬라기공원에 등장한 공룡 복원 기술은 놀랍게도 ‘실제’ 존재하는 생명공학기술이다. 영화보다 자세한 설명으로 묘사된 원작소설에선 이 기술을 ‘로이 항체 추출 기술(loy antibody extraction technique)’이라 정의했다./ 영화 스틸컷

이때 영화에서는 호박 화석 속에 잠든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 DNA를 복원했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모기 화석에 공룡의 혈액이 남아있더라도 매우 극소량의 DNA만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설 속 과학자들은 DNA를 대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일명 ‘PCR’이다.

PCR은 미국의 생화학자 캐리 멀리스(Kary Mullis)가 개발한 DNA 복제 방식이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DNA를 비롯한 유전 정보 물질 양을 대폭 증가시킬 수 있다. 개발된 시기는 1983년으로 쥬라기공원 소설 초판이 출간된 것이 1990년을 생각하면 저자인 마이클 클라이튼이 이 기술에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호박 화석 속에 잠든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 DNA를 복원했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모기 화석에 공룡의 혈액이 남아있더라도 매우 극소량의 DNA만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설 속 과학자들은 DNA를 대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일명 ‘PCR’이다./ Amazon
영화에서는 호박 화석 속에 잠든 모기에서 공룡의 혈액을 추출, DNA를 복원했다. 여기서 문제가 있다. 모기 화석에 공룡의 혈액이 남아있더라도 매우 극소량의 DNA만 추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소설 속 과학자들은 DNA를 대량으로 증폭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바로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일명 ‘PCR’이다./ Amazon

쥬라기공원 속 PCR기술은 우리 일상에 매우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극소량의 혈흔을 통해 범행을 추적하거나 에이즈(HIV), 인플루엔자, 유전질환 조기진단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대중적으로 PCR기술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바로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다. 당시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에 사용된 ‘유전자 검사(Real-time RT-PCR)’가 바로 PCR기술이다. 이를 활용해 의료진은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 DNA만으로도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소설에서 묘사한 것처럼 PCR기술은 실제 고생물 연구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는 PCR기술을 이용, 네안데르탈인 뼈에서 DNA를 추출했다. 

이는 고대 유적에서 PCR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였으며, 이를 통해 스반테 페보 박사 연구팀은 최초로 고대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mt)DNA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의 모계 유전자가 현생인류와 명확히 분리된다는 사실을 밝혀, 오랫동안 현재의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근거가 됐다.

PCR기술은 우리에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전자 검사(Real-time RT-PCR)’로 잘 알려졌다. 의료진은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 DNA만으로도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었다./ 뉴시스
PCR기술은 우리에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유전자 검사(Real-time RT-PCR)’로 잘 알려졌다. 의료진은 아주 소량의 바이러스 DNA만으로도 코로나19의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었다./ 뉴시스

◇ DNA 손실에 복원은 ‘불가능’… 대신 ‘재현’은 가능할까

일단 영화와 소설에 묘사된 기술들만 살펴보면 공룡의 복원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이 기술들을 종합해도 공룡 복원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1억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화석 속 DNA가 너무 오래돼 이미 파괴됐기 때문이다.

쥬라기공원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데군데 비어있는 공룡의 DNA를 현대 생물의 DNA로 채워 넣었다. 그 다음, 이 DNA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배아를 무정란 타조알에 이식, 부화한 것이 바로 쥬라기공원 속 공룡이다. 결국 완전한 공룡의 DNA가 아니기 때문에 이 생물을 공룡이라 부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관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쥬라기 공원에 나왔던 DNA 복원 방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DNA라는 것은 너무도 연약하기 때문에 조금만 파괴되도 많은 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설사 일부를 찾는다 하더라도 공룡 전체를 구성하는 DNA를 얻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조혜민 국립광주과학관 연구원 역시 “호박 속 DNA를 추출하여 공룡을 복원하는것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현세의 새는 공룡의 직계 후손을 넘어 수각류 공룡의 한 분류로 볼 수 있기에 공룡이 멸종한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생물을 복원하려는 연구는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5년 미국의 바이오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조지 처치 하버드대 교수팀과 코끼리 신체 조직을 발전·변형시킬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만들어냈다. 쉽게 말해 매머드의 후손인 코끼리에서 매머드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머드를 복원한다는 것이다.

콜로설은 시베리아 동토층에 있는 매머드 사체에서 DNA를 추출했다. 그 다음, 매머드가 극지방에서 필요한 두꺼운 지방, 피부층, 긴 털을 발현시키도록 만드는 유전자와 DNA를 분석했다. 이를 활용해 코끼리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이 세포를 아시아코끼리 난자에 주입해 유전자를 교정해 배아를 만든 다음 인공 자궁에서 태어나게 하면 매머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미국 몬태나주립대의 잭 호너 박사팀은 유전자가위기술인 ‘CRISPR-Cas9’를 활용, 닭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를 통해 닭을 강제로 퇴화시켜 조상인 공룡의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Nature
미국 몬태나주립대의 잭 호너 박사팀은 유전자가위기술인 ‘CRISPR-Cas9’를 활용, 닭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를 통해 닭을 강제로 퇴화시켜 조상인 공룡의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Nature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공룡을 부활시키는 연구도 2015년 진행된 바 있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유전자가위기술인 ‘CRISPR-Cas9’를 활용, 닭의 유전자를 편집했다. 이를 통해 닭을 강제로 퇴화시켜 조상인 공룡의 형태로 되돌리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달걀에서 수각류 육식공룡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의 주둥이와 유사한 형태의 배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병아리의 얼굴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 활동을 인위적으로 억제한 것이다. 이 종이 실제로 부화해 자라났다면 공룡과 유사한 생명체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생물이 과거의 공룡인지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항재 관장은 “여러 방법들을 사용해 과거 공룡들의 모습과 비슷한 존재를 현재 비슷하게 살려낸다고 하면 방법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이것이 6,500만년 전 사라져 버린 공룡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조혜민 연구원도 “비록 과거의 공룡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현생 조류의 유전자를 연구하다 보면 먼 미래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룡과 유사한 생명체를 만나는 일이 가능할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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