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죄송합니다. 지금 너무 많은 생각이 있어서 말이 잘 안 나와서..."
땀인지 눈물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그녀의 얼굴은 흥건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눈시울은 붉어졌다. 그렇게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보였다.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준플레이오프 현장은 승리의 환호보다 더 뜨거운 감동으로 물들었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첫 세트를 내주고 2세트마저 역전을 허용한 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교체 투입된 안혜진은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안혜진에게 지난 3년은 멈춰버린 시간과도 같았다. 지난 2021년 팀의 통합 우승을 진두지휘하고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녀에게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2023년 어깨 수술에 이어 이듬해 무릎 수술까지, 배구선수에게 치명적인 부상이 잇따르며 코트 위 화려한 조명 대신 고독한 재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안혜진은 다시 일어섰다. 3년 만에 정규리그 2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녀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준플레이오프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위기의 순간 투입된 그녀의 손끝은 정교했고, 동료들의 타점을 정확히 찾아가는 토스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서브는 우리가 알던 안혜진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또한 실바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단단했다. 실바는 이날 2세트부터 안혜진과 호흡을 맞추면서 파괴력이 한층 좋아졌다. 실바가 이날 이런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2세트부터 투입된 안혜진이 레이나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안혜진이 투입된 후 62.86%에 달했던 실바의 공격 점유율이 2세트 들어 40.54%가 떨어졌고, 그 빈자리를 레이나(공격 점유율 32.43%)로 메웠다. 이 선택으로 GS칼텍스의 봄배구는 계속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붉어진 눈시울로 마이크 앞에 선 안혜진은 말을 잇지 못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눈물 속에는 화려했던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부상이라는 깊은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홀로 싸워온 인고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 했던 게 보답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고백은 현장을 찾은 팬들의 가슴을 울렸다. 절망 끝에서 다시 배구공을 잡고 일어선 안혜진의 부활은, 오늘 거둔 1승보다 더 값진 인간 승리의 드라마였다. 안혜진의 눈물은 단순한 기쁨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혔던 부상의 트라우마를 씻어내고, 다시 '배구 선수 안혜진'으로 완벽히 돌아왔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3년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다시 빛나는 코트 위로 올라선 그녀. 오늘 흘린 눈물은 앞으로 그녀가 써 내려갈 새로운 전성기를 위한 가장 뜨겁고도 값진 서막이었다. 이제 그녀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GS칼텍스 안혜진이 승리 후 수훈 인터뷰에서 눈시울 붉히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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