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거긴, 절대 살아서는 못 나와.”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 살목지의 로드뷰 화면에 촬영한 적 없는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다. PD 수인(김혜윤 분)과 촬영팀은 오늘 안에 반드시 재촬영을 끝내야 하는 상황 속에 살목지로 향한다.
촬영이 시작되자 행방이 묘연했던 선배 교식(김준한 분)이 등장하고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며 촬영팀은 점점 아비규환에 빠진다. 휘몰아치는 공포 속 기태(이종원 분)는 수인을 향해 내달리지만 빠져나오려 할수록 이들은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
영화 ‘살목지’는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포착된 뒤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공포 영화다. 기이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금기의 공간에 발을 들인 인물들이 겪는 공포를 담는다.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 최근 개봉한 장편 ‘귀신 부르는 앱: 영’ 등을 통해 호러 장르에서 감각을 구축해 온 이상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혜윤·이종원·김준한·김영성·오동민·윤재찬·장다아 등이 출연해 앙상블을 완성한다.
영화가 유발하는 공포는 단순히 ‘보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와 공간 자체가 만들어내는 압박으로 함께 ‘체험’하게 만든다. 특히 ‘살목지’는 저수지라는 폐쇄된 공간을 택한 점이 한 수다.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깊이 끌려 들어가는 공포를 완성하며 관객 역시 ‘살목지’의 늪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공포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인 ‘물’을 활용한 방식도 인상적이다. 수면 위에 비친 이미지와 일렁이는 물결 너머로 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움직임, 물속에서 들려올 수 없는 소리까지 더해지며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자극한다. 물이 지닌 불안정한 속성은 어디서부터가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모호한 영화의 정서와 분위기를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로드뷰 촬영과 공포 탐방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장치들도 ‘체험’의 밀도를 높인다.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 모션 디텍터 등을 통해 어디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을 만들고, 인물의 시선을 따라 관객 역시 자연스럽게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한 소통 방식은 익숙한 장치임에도 공포의 밀도를 효과적으로 끌어올린다.
다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새롭지 않다. 외부에서 금기의 공간으로 들어간 인물들이 하나둘 위협에 노출된다거나, 팀원 간의 불신과 갈등이 반복되는 전개는 익숙한 공포영화의 문법이다. 위험을 경고받고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인물, 생존을 위해 타인을 등지고 먼저 빠져나가려는 선택 등도 반복돼 온 유형이다. 체험에 가까운 연출이 이 같은 익숙함을 상쇄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배우들은 호연을 펼친다. 수인을 연기한 김혜윤은 안정적으로 극의 중심을 이끌고, 교식 역의 김준한은 별다른 대사, 움직임 없이 존재감만으로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형성하며 서늘한 공기를 더한다. 김영성(경태 역)과 오동민(경준 역)은 인물을 연기하기보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한 리얼리티를 보여주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이종원(기태 역)·윤재찬(성빈 역)·장다아(세정 역)도 제 몫을 해낸다.
연출을 맡은 이상민 감독은 “살목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함께 목격해 주면 좋겠다”며 “물과 땅, 환상과 현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놓인 모든 장면을 의심하면서 봐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러닝타임 95분, 오는 4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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