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팁스(TIPS)가 기술창업 육성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은 뒤, 투자업계의 시선은 이제 지역과 로컬로 향하고 있다. 기존에는 테크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던 투자가 이제 골목상권 소상공인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립스는 새로운 투자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25일 스타트업 투자업계에 따르면 립스 투자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22곳이던 립스 운영사는 올해 40곳 안팎을 추가 모집하면서 향후 60여 개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비수도권 팁스 배정을 절반까지 확대하고, 기업가형 소상공인 대상 민간투자 연계 모델까지 꺼내 들면서다.

팁스는 민간 투자사가 유망 기술창업기업을 먼저 발굴해 투자하면, 정부가 연구개발(R&D)과 사업화 자금을 연계 지원하는 구조다. 지난 10여 년간 기술창업 지원의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았지만, 자금은 여전히 수도권에 몰려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체 벤처기업 중 비수도권 소재 기업 비중은 약 40%였지만, 이들이 유치한 벤처투자 비중은 20%에 그쳤다. 기업 분포보다 투자금 쏠림이 더 심했다는 뜻이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장 겸 씨엔티테크 대표는 최근 AC·VC의 지역 확장 배경에 대해 "정책 구조와 시장 환경이 동시에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중기부 모태펀드와 지역혁신펀드 등을 중심으로 지역 투자 유인이 커진 데다, 수도권 초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 딜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투자사 분포만 봐도 수도권 편중은 여전하다. 더브이씨에 따르면 2025년 3분기까지 투자 이력이 확인된 635개 투자사 가운데 비수도권 소재 투자사는 66개로, 10.4%에 그쳤다.
반면 이들 비수도권 투자사가 투자한 기업 중 비수도권 기업 비중은 53.2%로, 수도권 투자사의 비수도권 기업 투자 비중 24.8%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투자 유치 이력이 확인된 기업 중 비수도권 기업 비중은 27.7%, 투자금 비중은 14.9%에 불과했다. 이는 지역 투자시장에서 지역 기반 투자사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아직 선점 여지도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아직은 시장이 자생적으로 지역으로 이동했다기보다, 정책이 먼저 길을 열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전 대표도 "현재 단계에서는 정책 대응 성격이 더 강하다"며 "딜이 자연적으로 늘었다기보다 창업지원사업과 정책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대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확장된 것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를 통해 2조1000억원을 출자한다. 이를 바탕으로 4조4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역성장 분야는 모펀드 4000억원, 자펀드 7000억원 규모다. 지역 투자를 더 이상 권고가 아닌 제도적 구조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립스는 기술 스타트업 중심의 팁스 구조를 로컬 창업과 소상공인으로 넓힌 민간투자 연계형 프로그램이다. 립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 규모다. 중기부의 2024년 기준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상공인 기업체 수는 613만4000개, 종사자 수는 961만명이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이 210만개로 가장 많다. 숙박·음식점업도 79만6000개에 이른다. 이제는 기술 투자 중심에서 벗어나 생활밀착형 시장이 립스의 잠재 투자 대상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장에서는 립스가 단순한 지역 투자 확대를 넘어, 기존 벤처투자 체계가 포착하지 못했던 업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현주 탭엔젤파트너스 부대표는 "기존 팁스가 딥테크와 초격차 기업 중심이었다면, 립스는 지역 상권과 라이프스타일 기반 소상공인까지 지원 범위를 넓힌 프로그램"이라며 "그동안 일반 팁스 구조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빵집, 커피전문점, 상권 기반 서비스 같은 분야도 투자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부대표는 립스의 강점으로, 기존 투자 문법에서는 스케일업 한계 때문에 초기에 배제됐던 로컬 기반 사업도 새롭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투자사 입장에서는 기술기업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컬 기반 기업까지 포괄하는 전주기 지원 체계를 확장할 수 있고, 참여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 자체가 자생력 확보와 브랜드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계도 뚜렷하다. 전 대표는 지역 투자의 가장 큰 제약으로 "엑시트(Exit) 구조와 인재 문제"를 꼽았다. 대부분의 회수 시장이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지역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한 뒤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개발과 마케팅, 투자 유치 경험을 갖춘 전문 인력 부족도 지역 투자 확대의 걸림돌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팁스의 성공 공식을 지역과 소상공인 투자에 그대로 대입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대표는 "팁스 모델은 민간 투자와 정부 지원을 결합한 검증된 방식이어서 지역에도 확장 가능하다"면서도 "지역에서는 단순 투자 연계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밀착형 보육과 실행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립스형 투자를 바라보는 기대는 적지 않다. 전 대표는 "립스형 투자는 AC에게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오 부대표 역시 "기존에는 투자 검토 자체가 어려웠던 기업들이 립스를 통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팁스가 기술창업 육성의 표준을 만들었다면, 립스는 지역과 로컬 투자 실험의 다음 장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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