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오래된 속담은 전쟁의 본질을 단순하면서도 잔혹하게 드러낸다. 이 문장은 과거의 유럽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설명하는 데 더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전쟁은 늘 거창한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그 끝에는 이름 없는 개인들의 죽음과 남겨진 이들의 고통만이 남는다.
최근 중동 정세가 악화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특정 정치 세력들은 군함 파견과 사실상의 파병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논리는 다양하다.
동맹의 책임, 국익 확보, 전략 자산 확보, 해상 안전 확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 말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결정하는 사람'과 '죽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다. 늘 전쟁이란 그래왔다.
하지만 지금의 중동 상황을 만든 이들은 '전쟁이 아니라 작전'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실체적 정의를 내리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힘으로 동맹국 젊은이들의 목숨을 강요하고 있다.
오로지 힘에 의한 강압적 요구에 우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치적 언어로 포장된 파병 주장은 언제나 ‘국가’와 ‘전략’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전략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놓여 있는 것은, 구체적인 이름과 얼굴을 가진 젊은 군인들의 삶이다. 그들은 통계의 숫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가족이며, 아직 살아가야 할 시간이 남아 있는 개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 논의는 지나치게 가볍다. 전쟁의 위험은 추상적으로 축소되고, 외교적 계산은 과장되며, 군인의 생명은 ‘국익’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거래의 대상이 된다. 이때 국익이라는 단어는 설명이 아니라 면죄부처럼 사용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주장들이 현실적 군사 상황과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해상 경비 구역이 아니다. 기뢰, 미사일, 비정규 전력 등 다양한 위협이 상존하는 고위험 지역이며 ‘호위 임무’라는 표현이 결코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른바 ‘살상 구역’에 가까운 공간에 군을 투입하는 문제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생명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기에 주요 유럽 국가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동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국가들조차,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종료 조건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군사 개입을 거부하거나 유보하고 있다.
이는 동맹을 가볍게 여겨서가 아니라, 오히려 동맹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은 맹목적 복종이 아니라, 공동의 책임과 합리적 판단 위에서 유지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반면 특정 정치 세력의 발언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동맹이니까”, “기회니까”, “국격을 높일 수 있으니까”라는 말들은, 전쟁이라는 복잡한 현실을 위험하게 축소한다. 이러한 접근은 외교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다. 전쟁의 결과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며,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로 이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논의 과정에서 실제로 위험을 감수해야 할 주체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인의 생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장 무거운 가치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수사 속에서 그 무게는 지나치게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
세르비아 속담이 말하는 비극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구조다. 전쟁은 언제나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그 대가는 가장 약한 이들이 치른다. 그리고 그 대가는 결코 정치적 수사로 환산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경한 언어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이다. 동맹을 유지하는 방법은 단 하나가 아니다. 외교적 협력, 경제적 기여, 전략적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군사적 개입은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선택해야 할 수단이며, 그 결정은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 원칙이 흔들리는 순간, 어떤 명분도 설득력을 잃는다. 파병을 주장하는 이들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그 선택의 결과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전쟁은 말로 시작되지만, 죽음은 언제나 현실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현실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이종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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