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등포백화점 왜 입찰 포기했나 속사정 보니

마이데일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경. /롯데백화점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롯데백화점이 이달 영등포역 상업시설 재입찰에 불참했지만 폐점 수순으로 이어지진 않을 거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가철도공단이 지난 2월 공모한 영등포역사 상업시설 사용 허가 입찰은 마감일인 이달 6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해당 상업시설에는 기존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이 입점해 운영 중이다.

이번 재입찰 공모 최저 임차료는 287억원으로 2019년의 216억원보다 32.8% 상승했다. 2019년 당시 롯데는 신세계, AK 등과 경쟁 끝에 252억원을 제시하며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임차료가 꾸준히 올라 현재는 연간 약 3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반면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실적은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3146억원으로, 롯데가 영등포역 운영권을 확보했던 2019년(4569억원) 대비 약 31% 감소했다. 이렇다보니 지금보다 임차료가 더이상 상승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새 계약을 체결해 장기간 운영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입지와 상징성을 감안하면 기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운영 조건을 재정비한 뒤 다시 방향을 잡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철도사업법 및 국유재산특례법 개정으로 역사 상업시설은 새 계약 체결 시 최소 10년 이상의 운영 기간 확보가 가능해진 만큼, 향후 공모 조건이 조정될 경우 롯데가 재참여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재입찰이 진행될 경우 공모 조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서는 다양한 요소를 검토 중인 단계”라고 밝혔다.

또한 “향후 영등포점의 구체적인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정된 계획이 없다”며 “재입찰 조건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철도공단은 조만간 재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당시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지하 1층이 슈퍼매장 근무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폐쇄돼 있다. /뉴시스

한편 임차료 부담이 이번 입찰 포기의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매출이 5년 새 30% 넘게 감소한 만큼 점포 경쟁력 약화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영등포점은 1991년 개점해 본점과 잠실점에 이어 세 번째로 문을 연 롯데백화점의 상징적인 점포다. 국내 첫 민자역사 백화점으로 한때 서남권 핵심 상권을 형성하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혔다. 당시 연 매출 5000억원대를 기록하며 롯데백화점 내 매출 상위권에 드는 ‘알짜 점포’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상권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2021년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이 들어서며 서남권 상권 경쟁이 심화됐고, 영등포 일대 복합 쇼핑시설과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동시에 상권 중심이 영등포역 중심의 ‘교통 거점형’에서 여의도 중심의 ‘체류형·복합몰’로 이동하면서 소비 패턴 역시 변화했다.

이에 따라 단순 접근성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로 바뀌었고,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유통 환경 변화까지 겹치며 점포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됐다.

더현대 서울이 연 매출 1조2000억~1조3000억원 규모로 상권을 주도하고, 신세계 타임스퀘어도 복합몰(백화점+쇼핑몰) 합산 1조3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3000억원 초반대에 머물며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같은 상권 내 경쟁사와의 대응 차이도 거론된다.

신세계 타임스퀘어는 패션관 리뉴얼과 식음(F&B) 콘텐츠 강화, 경방 타임스퀘어와 연계한 체류형 공간 구축 등을 통해 점포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롯데 영등포점은 이 같은 변화 흐름에 맞춘 전략적 대응이 부족했다.

이러한 차이를 놓고 민자역사 상업시설 구조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영등포점은 국가 소유 역사 내 상업시설을 사용하는 형태로, 대규모 리뉴얼이나 콘텐츠 재구성이 필요한 시점에도 선제적인 투자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장기간 안정적인 운영이 담보되지 않으면 투자 효율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은 영등포점이 롯데백화점의 핵심 투자 축에서 비껴난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잠실점·강남점·인천점·수원점·동탄점·부산본점·광복점 등 8대 핵심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등포점은 이 같은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 체류를 끌어내는 핵심 콘텐츠 구성이 경쟁사 대비 약해지면서 방문 유인이 떨어진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롯데, 영등포백화점 왜 입찰 포기했나 속사정 보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