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쟁이 격화되면서 아시아 전역에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치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 지역인 아시아 국가들은 호르모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 사태에 대비해 공휴일 지정과 차량 부제 운행 등 유례없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BBC 보도에 따르면 스리랑카 정부는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매주 수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파격적인 대책을 내놨다. 아누리 쿠마라 디사나야케 스리랑카 대통령은 긴급 회의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스리랑카는 모든 학교와 대학이 이제 주 4일 수업 체제로 전환되며, 정부 기관은 3일 연속 휴무를 피하고자 금요일 대신 수요일에 문을 닫는다.
스리랑카는 지난 2022년 경제 위기 당시 도입했던 '국가 연료 패스'를 재가동해 연료 배급제에 돌입했다. 현재 승용차는 15리터, 오토바이는 5리터로 주간 구매량이 제한되면서 외환보유고 고갈을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도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태국 정부는 에어컨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정장 대신 반팔 티셔츠 착용을 권장하기 시작했다. 미얀마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에 따른 격일제 운행을 강제하고 있으며, 방글라데시는 계획정전을 도입하고 대학 휴업을 앞당겼다. 필리핀 역시 정부 기관의 주 1회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공공 부문의 불필요한 여행을 금지했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긴밀히 검토 중이다. 또한 유가 급등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정부 비축유를 방출하고, 민간 정유사와의 협력을 통해 대체 노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자동차 5부제 또는 10부제 등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수립할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산업계도 비상 경영에 돌입해 전력 소모가 많은 반도체와 철강 업계는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으며, 물류 비용 상승 직격탄을 맞은 해운·항공업계는 연료할증료 인상 등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필사적인 대응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이 해협은 지난해 통과 물량의 약 90%가 아시아로 향했을 만큼 지역 경제의 생명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무력 충돌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돌파하며 에너지 수급에 치명적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동의 전화가 길어질수록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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