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살리는 힘①] 당신의 ‘마을은’ 어떤가요?

시사위크

한국은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이뤘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달려온 끝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다만 초고속성장은 우리 사회에 과실만을 안겨주지 않았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해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한 원인이 됐다. 전국 지역 곳곳이 저마다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현재, 우리는 어디서부터 해법을 찾아가야 할까. [편집자주]

전국 지역 곳곳이 저마다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 균형발전 정책에도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케티이미지뱅크
지역 곳곳이 저마다의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케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역(地域). 이 단어의 사전적 풀이는 크게 두 가지다. ‘일정하게 구획된 어느 범위의 토지’를 뜻하거나 ‘전체 사회를 어떤 특징으로 나눈 일정한 공간 영역’을 의미한다. 지역을 구분을 짓는 방식은 다양하다. 행정구역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고, 생활권과 경제권에 따라 나눠지기도 한다. 

◇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부분 ‘이분법’ 합당한가

우리나라에서는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지역 구분이 있다. 바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또는 ‘서울’과 ‘지방’ 지역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여기엔 서울 등 수도권은 중심으로, 지방은 주변부로 보는 차별적 인식 기제도 함께 작동해왔다. 

이러한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데엔 역사·정치·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는 삼국시대부터 수도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유지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는 수도인 한양에 행정 권력과 자원을 집중시키는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였다.

현대 도시화 흐름 속에서 이러한 서울 중심주의는 고착화됐다. 1960년대 이후 국가 주도 아래, 서울을 거점으로 압축 및 개발 성장이 추진되면서 각종 인프라 자원이 수도에 집중된 영향이다.

이러한 성장 전략을 토대로 한국은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는 고속성장을 이뤘으나 이 과정에서 극심한 양극화 문제를 야기시켰다. 일자리, 교육, 문화, 자본 등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돼왔다. 수도권이 인구가 몰리면서 팽창하는 사이, 지방 지역 곳곳은 급격한 인구 유출을 마주해야 했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 들어서야 지역 불균형 문제를 과제로 인식했다. 2003년 참여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정책 대응이 시작됐다. 이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20년간 넘게 각종 균형발전 전략과 지역 활성화 정책이 추진됐지만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지 못했다.

지역 문제 담론은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적 구도 안에서 다뤄져왔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지역 문제 담론은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적 구도 안에서 다뤄져왔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현재, 우리나라 인구 절반 이상은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쏠려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는 5,111만7,378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인구는 2,608만1,644명으로 전년보다 3만4,121명(0.13%)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인구는 2,503만5,734명으로 13만3,964명(0.53%) 감소했다. 수도권 인구는 2019년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선 후 매년 격차를 벌려왔다.

‘수도권 집중화’는 경제, 사회, 인구 등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수도권은 과밀화에 따른 주거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고 있고, 비수도권은 인구 유출에 따른 생산성 저하에 시달려왔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는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행정·산업·도시 개발 방식의 구조적 체질 개선 변화뿐만 아니라 고착화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 지역 구분 이분법… 지역 다양성 담지 못해 

그간 지역 문제 담론은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적 구도 안에서 다뤄졌다. 수도권은 ‘성장의 절대적 수혜 지역’, 지방은 ‘소외당한 피해 지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 짓기가 지역 간 갈등을 키우거나 지방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존재해왔다. 

더구나 이러한 구분 짓기는 지역의 개별 다양성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지역은 모두 저마다의 고유성을 갖고 있다. 지역 단위는 구분하는 방식에 따라 수백에서 수천개가 될 수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나누면서 226개 지역이 존재한다. 하위 행정구역인 읍·면·동을 구별하면 지역은 3,500여개에 달할 수 있다. 

수도권 지역이어도 지역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수도권 행정구역에 포함돼 있어도 인구 감소 및 침체에 시달리는 도시가 적지 않다. 예컨대, 경기도 가평군·연천군·양평군·여주시·포천시, 인천 강화군·옹진군·동구 등의 지역은 인구감소 문제를 겪고 있다. 서울 지역 중에서도 자치구별로 양극화가 존재하다. 인프라 부족과 상권 침체로 활력을 잃어가는 지역도 있다. 

지방 지역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역별로 처해 있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인구가 증가하거나 활성화된 지역도 있고,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도 있다. 지방민들의 삶 역시 거주하는 도시 환경마다 여건이 다르다. 

이에 지역 정책도 중앙정부 주도의 일관된 방식이 아닌, 각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시돼왔다. 이러한 인식 확산에 따라 지역 정책 패러다임은 최근 몇 년간 조금씩 변화해왔다.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자체 및 주민 주도의 지역 발전 전략으로 전환이 모색돼 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 분권과 주민자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지역 정책은 여전히 거대 균형발전 전략이나 산업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큰 단위의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지역 정책은 여전히 거대 균형발전 전략이나 산업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큰 단위의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 게티이미지뱅크

이를 기반으로 정책방향 전환이 꾸준히 모색되고 있으나 갈 길은 멀다. 지역 정책은 여전히 거대 균형발전 전략이나 산업 정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균형발전 정책인 ‘5극3특’ 전략 역시 거대한 행정체계 개편이나 산업체계 변화에 집중돼 있어 지역 주민들이 정책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기에도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 지역와 주민의 연결… “관심갖기, 출발점”

지역 문제는 ‘지방’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서울에 살고 있어도, 지역 소도시에 살아도 지역 문제의 당사자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큰 단위의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개인이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무엇이 있을까. 지역 문제 연구가나 활동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시작은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고 조언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관심갖기부터 시작해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떤 곳인지, 숨어 있는 가치는 뭐가 있는지, 개선점은 뭐가 있는지 탐구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선 지역민과 지역을 잇는 접점도 중요하다. 지역 곳곳에선 지역민과 주민들을 연결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특히 청년들과 지역 간의 교류의 장을 확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지역에서 이러한 사업을 시행 중인 이다현 공주시청년센터장은 “서울뿐 아니라 지역 청년들도 지역과 연결되는 접점이 많지 않다”며 “대부분 학교나 직장 등을 오갈 뿐이며,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기 위해선 커뮤니티 형성이 중요하다. 청년들을 어떻게 하면 지역, 그리고 사람과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교육이나 행사, 체험 행사를 만들 때도,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지역에 살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지역에 살고 싶은가. 지역 문제 해법 찾기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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