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위기의 하나금융…‘디지털 자산 빌드업’ 함영주 회장, 종착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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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뉴시스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올해부터는 그룹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스테이블 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금융그룹이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SC)와 손잡고 디지털 자산 협력에 나섰다. 전통적인 은행 중심 수익 구조가 한계에 직면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새로운 성장 축을 찾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비은행 및 비이자 부문 성장 동력을 디지털 자산에서 찾고 있음은 올 초 실적 발표회에서의 언급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은행의 위기”를 언급한 함 회장의 디지털 자산 빌드업을, 은행 의존도 90%를 넘어서는 하나금융의 생존 전략으로 해석한다.

16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난 13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SC그룹)과 글로벌 비즈니스 및 디지털 자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나금융은 SC그룹과 투자은행(IB), 자금시장, 외환 등 글로벌 금융 분야 협력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 영역에서도 협업하게 된다. SC그룹이 중동과 유럽에서 디지털 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의 디지털 자산 사업 확장을 점칠 수 있다.

함 회장은 협약식에서 “양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금융 노하우의 결합은 글로벌 금융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미래 금융 영역에서도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히며 하나금융의 올해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수익 구조 한계…'은행 90% vs 비은행 10%'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하나금융의 구조적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데일리>가 최근 하나금융 수익 구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하나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 순익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 4조29억원을 기록하며 그룹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기존 최대 실적이었던 2024년(3조7388억원)보다 7.1% 증가한 수치다.

4대 금융그룹 순익 및 은행 순익 추이 /그래픽=최주연 기자

주의 깊게 볼 점은 실적 대부분이 여전히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그룹 순이익 가운데 은행 기여도는 93.6%로 5대 금융 중 가장 높았다. 같은 시기 KB금융(66.1%), 신한금융(75.9%), NH농협금융(72.2%)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 순익만 놓고 볼 때 KB·신한·하나금융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룹 전체 순이익은 비은행이 갈랐던 셈이다.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에 성공한 우리금융이 일회성 요인이긴 하지만 염가매수차익 등 영업 외 순익까지 반영하면 83%로 개선된 수치가 나온다. 이전까지 우리금융은 90~95% 은행 의존도를 보였다.

다만 하나은행 내부에서부터 나타나는 변화 조짐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59.1% 급증한 1조928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비이자이익에 힘입어 전년보다 11.7% 증가한 3조74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새 변화 조짐 ‘비이자’…디지털자산 중심 새 금융 ‘선점’ 목표

은행 중심 구조는 여전하지만 비이자 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함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디지털 자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함 회장은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과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 자산 영역을 미래 금융의 핵심 축으로 지속적으로 언급해왔다. 지난해 초 그는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활성화되는 기류를 감안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디지털 자산이 향후 금융 시장에서 자본시장과 결제 인프라 혁신을 이끌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며 토큰증권(STO)과 가상자산 현물 ETF 등 관련 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닌 결제와 정산 인프라 변화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함 회장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이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시작될 것”이라며 “금융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코인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없다”며 “변화 속에서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집 키워 힘 키운다…"금융 패러다임 전환 맞이"

준비 작업도 한창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BNK금융, iM금융과 함께 SC제일은행이 참여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GIWA)’를 활용해 예금 토큰 기반 해외 송금 실험도 진행한 바 있다.

글로벌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하나카드는 같은 해 12월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유에스디코인(USDC) 발행사인 서클과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자산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영국의 글로벌 금융그룹 스탠다드차타드와 글로벌 비즈니스 및 디지털 자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빌 윈터스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마리 후엔 스탠다드차타드그룹 홍콩&중화권&북아시아 지역대표(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와 하나은행 딜링룸을 방문해 환율 및 유가 등 최근 자본시장 이슈에 대해 딜링룸 직원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

금융권에서는 은행 의존도가 높은 하나금융의 구조를 고려할 때 디지털 자산 전략은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그룹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한 장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함 회장의 디지털 자산 빌드업이 전통적인 은행 중심 금융 구조를 넘어서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비은행, 이자·비이자 수익 구분이 흐려지는 새로운 금융 환경에서 디지털 자산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은 은행과 비은행으로 나누던 전통적인 금융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라면서 “금융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대비하자는 취지로 단순히 비은행 강화만 염두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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