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2025년 국내 컨택센터 산업은 외형 성장과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된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운영업계는 처음으로 매출 8조원을 돌파했다. 구축업계는 사상 첫 3조5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파견업계 역시 4조원대에 진입,고용 유연화 흐름의 수혜를 입었다. 반면 실제 컨택센터를 운영하는 사용기업 현장에서는 인력이 줄어드는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현장 인력은 축소되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산업 위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AICC(AI 컨택센터) 확산과 셀프서비스 고도화, 보안 대응 강화, 운영 방식 변화가 중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프라임경제 기업부설연구소가 발간한 '2026 컨택센터 산업총람'은 △운영 △구축 △파견 △사용 등 4개 분야 전문 기업 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 특히 사용기업의 경우 91개 사업군 1235개사(일부 집계 기준 1241개사)를 조사 대상으로 삼아 산업의 실제 수요 기반을 추적했다.
다만 컨택센터 전체 시장 규모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사용기업의 운영 형태는 직영과 아웃소싱으로 나뉘는데, 국내 전체 사용기업 모수를 약 3000개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 이번 조사 대상은 절반에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총람은 조사된 사용기업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방식과, 아웃소싱 운영기업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추정치를 산출하는 방식을 병행했다.
조사된 사용기업 1241개사를 기준으로 볼 경우, 컨택센터 전체 시장 규모는 운영기업 매출과 파견 매출 일부, 그리고 사용기업 직영 운영분을 합산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는 컨택센터 운영 매출 8조2382억원, 파견 매출의 10%인 4088억8800만원, 사용기업 직영 매출 9696억7800만원을 더한 9조6168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직영뿐 아니라 사용기업의 직영+아웃소싱 운영분까지 반영할 경우 전체 시장 규모는 10조6026억9800만원으로 확대된다. 같은 산업을 놓고도 집계 방식에 따라 약 1조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컨택센터 산업이 단일한 숫자로 설명되기 어려운 복합 구조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올해 산업 흐름은 단순한 총액보다 각 세부 분야의 방향성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우선 컨택센터 운영업계는 2025년 매출 8조23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75% 성장했다. 다만 종사자 수는 14만5508명으로 1.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형은 커졌지만 인력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된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과 사업비 증가, 생성형 AI 도입을 위한 시스템 투자 확대 등이 매출 상승을 견인했지만, 과거처럼 사람 수를 대폭 늘려 외형을 키우는 모델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효성ITX(094280) △유베이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KTis(058860) △KTcs(058850) 등 주요 사업자들은 단순 운영 대행을 넘어 시스템까지 함께 제공하는 '토탈 아웃소싱'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운영과 구축이 분리 발주됐다면, 이제는 운영+시스템을 묶은 통합 발주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이는 BPO 기업의 경쟁 구도가 같은 운영사끼리의 단가 경쟁에서 시스템 역량을 포함한 종합 경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구축업계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2025년 구축업계 종사자 수는 1만5454명으로 전년보다 3.32% 감소했다. 최근 10년 안에 가장 큰 폭의 감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3조5349억원으로 12.05% 급증했다. 인력은 줄었지만 돈은 더 벌었다는 뜻이다. 1인당 생산성은 2024년 약 1.97억원에서 2025년 약 2.29억원으로 16% 넘게 뛰었다.
이는 AICC 시장이 '도입 경쟁'에서 '실질 성과'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초기에는 챗봇, 음성봇, 자동응답 도입 자체가 시장의 화두였다면 이제는 기업 특화 sLLM, 검색증강생성(RAG), 실시간 상담 분석, 자동 요약, 운영 최적화 등 실제 현장에서 비용을 줄이고 응대 품질을 높이는 기술에 수요가 쏠리고 있다. 즉, AI 거품이 꺼진 것이 아니라 실용주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파견업계는 2025년 매출 4조888억원을 기록하며 상징적인 4조원 시대에 들어섰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직접 고용보다 탄력적 인력 운용을 선호했다. 파견은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종사자 수도 2024년 12만6379명 수준까지 확대되며 고용 유연화 수요를 반영했다.
다만 총람은 파견업 매출 전체를 곧바로 컨택센터 시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대다수 파견기업은 △사무보조 △물류 △비서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컨택센터 인력 파견은 그중 일부 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프라임경제 기업부설연구소는 컨택센터 인력 파견을 실제로 병행하는 기업군을 별도로 선별해 모수를 구성, 시장 해석 과정에서 혼동을 줄이기 위해 파견 매출의 10%만을 컨택센터 시장 규모 산정에 반영했다.
산업 전체의 외형이 커지는 와중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사용업계에서 나타났다. 2025년 91개 산업군 1235개 기업의 컨택센터 종사자 수는 10만672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1만3595명보다 6.05% 감소한 수치다. 운영 방식은 여전히 아웃소싱 중심이다. 전체 기업 중 직영보다 아웃소싱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민간과 공공 모두 아웃소싱 선호가 우세한 구조도 유지됐다.
업종별로는 △유무선통신 △공공기관 △카드 △은행 △손해보험 △소셜네트워크 △생활가전 △인터넷쇼핑몰 △생명보험 △TV홈쇼핑 순으로 종사자 수가 많았다.
그러나 장기 추세를 보면 산업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유무선 통신은 2019년 3만1595명에서 2025년 1만4397명으로 54.4% 줄었다. TV홈쇼핑도 같은 기간 30.5% 감소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는 82.5% 증가했고, 인터넷쇼핑몰 역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소비자 접점의 무게중심이 전통 산업에서 플랫폼·비대면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동시에 자동화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업종과, 여전히 사람 중심 대응이 필요한 업종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히 "AI가 사람을 대체했다"는 식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AI가 상담 전 과정을 완전히 책임지는 수준보다, 상담사 지원·응대 보조·요약·추천 기능 중심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시스템 위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도 흔하다. 업계에서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을 추가한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기능은 늘었지만 구조 전체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변화의 방향은 분명하다. 단순 문의와 반복 응대는 셀프서비스와 AICC가 흡수하고, 사람은 분쟁·보상·보안 이슈·민원 조정처럼 고난도 업무에 더 많이 투입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상담사 숫자 자체보다 어떤 역할을 맡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보안 이슈 역시 2025년 컨택센터 산업을 관통한 핵심 변수다. 통신·이커머스를 중심으로 특정 사고나 이슈가 발생하면 본인 확인, 피해 여부 문의, 절차 안내 콜이 일시적으로 폭증했다. 다만 업계는 이를 상시 수요가 아닌 '단기 물량'으로 본다. 연간 인력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은 여전히 자동화 전환 속도, 셀프서비스 확산, 채용 축소 기조라는 설명이다.
대신 BPO 기업 내부의 보안 운영 역량은 이전보다 더 중요해졌다. 대규모 인력이 현장에서 고객 정보를 다루는 산업 특성상, 시스템 보안만으로는 리스크를 모두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 점검, 접근권한 관리, 일탈 방지 체계 등 현장 운영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제도 변화다. 운영업계는 노란봉투법 시행과 노조 가입 사업장 증가, 원청과의 교섭 구조 변화 가능성을 부담으로 안고 있다. 파견업계는 '3.3% 개인사업자' 구조 개편과 4대 보험 편입 흐름에 따른 원가 상승 압박을 주시하고 있다. 산업이 외형 성장만으로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결국 2025년 컨택센터 산업은 "성장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운영은 커졌지만 증가세가 둔화됐고, 구축은 인력이 줄었지만 생산성이 뛰었다. 파견은 유연화 수요를 흡수하며 외형을 키웠지만 질적 성장 과제를 안았다. 사용업계는 인력 축소가 뚜렷했지만, 동시에 사람의 역할은 더 복합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산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양적 팽창이 아니라 '구조 변화'다. 이제 시장 경쟁력은 저렴한 인력 공급이나 단순 솔루션 판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운영 설계 역량, 시스템 전환 능력, 보안 대응력, AI 활용도, 현장 신뢰성까지 함께 입증해야 살아남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AICC와 셀프서비스 확대로 단순 문의는 자동화되는 반면, 복합 민원과 분쟁, 보안 이슈는 사람 중심의 고난도 대응이 필요해진다"며 "컨택센터 산업은 인력이 늘었는지 줄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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