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우의 도쿄포인트] 일본 살기도 팍팍한데 또 오른다고…영주권 인상안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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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외국인들에게 영주권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이 사회 안에서 살아가겠다는 의지의 확인이자, 삶을 제도적으로 안정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직장을 다니고 세금을 내고 아이를 키우며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은 신분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문제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영주권 신청 수수료 상한을 크게 올릴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섰다는 소식은 단순한 행정 개편 이상의 무게로 다가온다.

일본 영주 허가 신청서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사진=박진우 특파원 ⓒ포인트경제
일본 영주 허가 신청서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사진=박진우 특파원 ⓒ포인트경제

지금 일본에서 영주허가 신청 수수료는 1만 엔(한화 약 9만4천원)이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영주허가 신청 수수료 상한을 최대 30만 엔(한화 약 282만원)까지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입관법 개정안을 각의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들이 흔히 ‘비자 갱신’이라고 부르는 체류자격 변경과 재류기간 갱신 수수료 상한도 10만 엔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함께 담겼다. 현재 재류자격 변경 및 재류기간 갱신 수수료는 창구 신청 기준 6000 엔, 온라인 신청 기준 5500 엔이다. 결국 이번 개정 논의는 영주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각종 체류 절차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쿄에서 만난 한 한국인 부부의 이야기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제도 변경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부부는 이미 영주 자격으로 일본에 살고 있지만, 아이의 영주권 신청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해 미뤄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영주권 수수료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비자 관련 체류 수속 비용까지 전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고 했다. 심사 기간도 1년에서 2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는 말을 접하면서, 이번 달 안에라도 가능한 한 빨리 신청해 두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책이 한 가정의 시간표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결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 답답한 대목은 따로 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은 영주허가 신청의 표준 처리기간을 4개월 ~ 6개월 정도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특히 도쿄권을 중심으로 실제 심사가 표준 처리기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표준 처리기간과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이 작지 않다는 뜻이다. 여기에 영주권뿐 아니라 체류자격 변경과 재류기간 갱신 같은 절차의 비용 부담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겹치니, 외국인 가정들이 느끼는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영주권을 준비하는 사람도, 아직 영주권이 없어 비자 연장과 변경을 반복해야 하는 사람도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처한 현실과 정책 방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 있다.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인력과 정주 인구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서 오래 살며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들에게는 더 높은 비용 부담 가능성과 더 긴 대기, 그리고 제도 불확실성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사람은 필요하지만 정착은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모순된 신호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 논리도 아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영주권은 한번 허가되면 체류와 생활의 안정성이 크게 높아지는 자격인 만큼, 심사를 엄격히 하고 제도 운영 비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와 장래 행정 비용 등을 고려해 법정 상한을 먼저 높여 두고, 구체적인 금액은 이후 정령으로 정할 방침이다. 다만 이 역시 아직 최종 금액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그 해법이 곧바로 비용 인상이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영주권 신청 수수료 상한을 30배 수준까지 열어두고, 비자 갱신으로 불리는 체류 절차 수수료 상한도 함께 높이는 방식은 외국인 사회에 강한 압박으로 읽힐 수 있다. 제도의 신뢰를 높이는 일과 신청자의 부담을 키우는 일은 같지 않다. 오히려 정말 필요한 것은 심사 인력과 시스템을 보강해 처리 기간을 줄이고, 기준을 더 명확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일일 수 있다.

영주권 제도가 외국인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도 중요하다. 일본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세금을 내며 자녀를 키워온 사람들에게 “더 오래 기다리라”, “더 많은 비용을 감수하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그것은 환영의 메시지라기보다 유보와 경계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가족 단위 체류자들에게 이런 불확실성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삶의 계획을 흔드는 변수다. 아이의 진학과 주거, 직장과 장기 체류 계획까지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번 영주권 인상안 논란은 일본이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되묻는 계기이기도 하다. 외국인을 단순히 노동력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함께 사회를 떠받치는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것인지가 정책에 드러난다. 일본이 정말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문턱을 높이는 경쟁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제도 설계일 것이다. 외국인을 더 필요로 하면서도 정착의 길은 더 어렵게 만드는 나라가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그 질문은 이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주권은 행정의 언어로만 다룰 일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삶, 가족의 시간, 한 사회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번 논의는 영주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비자 관련 체류 절차 비용까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불안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살기도 팍팍한데 또 오른다는 한숨은 그래서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그 말 안에는 이 일본 사회가 외국인에게 어떤 미래를 허락하려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질문이 담겨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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