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택연, 조병현, 체계적으로 선발투수 시키면 다 150km 넘는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한국야구에 ‘마운드 개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스탯캐스트는 한국 투수들의 평균구속이 대회에 참가한 20개국(1라운드 4경기) 중 17위라고 집계했다. 평균 91.1마일(약 147km)로는 더 이상 국제무대서 명함을 못 내민다.

그렇다고 제구가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은 이번 대회 5경기서 평균자책점 5.91에 그쳤다. 8강까지 포함해 집계하니 전체 15위에 불과했다. 9이닝당 볼넷은 4.64개로 10위였다. 한국 투수들의 수준이 WBC에 나간 20개국 중 하위권이라는 게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안우진, 문동주, 구창모, 원태인 등 스피드와 구위를 갖춘 투수들이 빠지긴 했다. 그러나 이들이 있었어도 위의 수치들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졌을까. 아니라고 봐야 한다. 단순히 150km을 목표로 가서도 안 된다. 150km은 기본이고, 150km대 중~후반 혹은 160km 초반의 스피드에 제구력과 커맨드까지 갖춘 투수들을 육성해야 한다.
더 이상 스피드가 먼저이니, 제구가 먼저이니의 논쟁도 무의미하다.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처럼 둘 다 잡아야 한다. 스피드가 아무리 좋아도 제구가 안 되면 볼넷 퍼레이드이고, 제구가 아무리 좋아도 스피드가 안 나오면 얻어맞는다. 류현진(39, 한화 이글스)이 스피드가 떨어지니 체인지업이 더 이상 마구가 아니라는 게 도미니카공화국 타자들로부터 증명됐다.
최근 만난 투수 출신 한 야구인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기본적으로 8강전 패배 직후 류지현 감독이 얘기했던대로 아마추어부터 투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단, 아마추어 지도자들의 고충과 현실도 충분히 이해했다.
이 야구인은 “김택연(두산 베어스), 이런 애들이 150km 넘잖아요. 그런데 그런 애들이 (야구가)잘 안 되니까 뒤로(마무리)로 가버리잖아요. 김택연, 조병현(SSG 랜더스) 이런 애들이 스태미너를 갖춰서 선발을 했다면 우리나라도 150km짜리 다 나오는 거지”라고 했다.
자원이 부족해지는 건 맞는데 없는 건 아니라는 애기다. 야구인은 “체계적으로 밸런스를 만들고 성장하면서 스피드가 점점 나와야 하는데, 프로 지명을 받으려고 스피드 쪽으로만…팔 스윙만 빠르게 만든다. 그럼 프로 스카우트들은 뽑아와서 작업을 다시 시작하고. 몇 년이 걸리고. 결론은 수술 안 하는 애들이 없잖아요”라고 했다.
계속해서 “체계적인 성장 과정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공부와 마찬가지로 기본기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 다음부터 가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니까 다시 가르치려면 힘들지. 기본을 하고 몸이 점점 커져가면서 스피드가 늘고, 그동안 기본 밸런스를 잘 만들어왔기 때문에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마추어도 야구부 존폐를 위해, 프로에 선수를 많이 보내기 위해 결국 성적이 중요하다. 지도자들이 투수 한 명을 붙잡고 체계적으로 기본기를 심어줄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프로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한대로 팀 성적을 위해 공 빠른 선수들을 불펜으로 돌려 무리를 시키면 결국 2~3년 후 평균 스피드가 떨어진다. 불펜은 선발보다 연속성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도가 높은 파트다.
참 어려운 문제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결론은 나왔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다질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KBO, 아마야구, 지도자, 행정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로 가고, 갈수록 유망주 한 명이 귀한 시대가 올 전망이다. 투수 한 명, 한 명의 재능을 절대 낭비하면 안 된다.

더 이상 투수들의 스피드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 이걸 해결 못하면 단기적으로 국제대회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장기적으로 결국 KBO리그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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