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쟁은 많은 참상을 낳는다. 그중에서도 인명피해는 씻을 수 없는 상처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도 전쟁 초기인 현재 벌써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전쟁의 불길에 집어삼켜지는 것은 인간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자연의 생명들도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위험한 전쟁 지역에서의 연구는 제한된다. 또한 인명피해를 집계하는 것도 어려워 쓸 겨를조차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중동지역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물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쟁으로 붕괴된 자연 생태계가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우려한다.
◇ 전쟁의 장기화, 주변 생태계 초토화시킨다
현재 미국·이란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전쟁이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발생한 전쟁들이 야생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하는 것은 가능하다.
먼저 주목해야 할 지역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야생동물의 숫자와 밀도가 가장 많고 높은 곳이다. 동시에 수많은 내전을 겪으며 생태계와 전쟁관 연관성도 높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과 자연 생태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 연구 성과들이 다수 존재한다.
여러 연구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예일대 생태·진화생물학과 연구팀의 발표다. 예일대 연구팀은 3,585개의 보호 지역을 조사하고 1946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분쟁 사례와 비교 분석했다. 그 다음,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된 253개 동물 개체군을 선정, 전쟁이 야생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분석 결과, 19개국 126개 보호 지역이 전쟁으로 인한 불안정 혹은 잠재적 교란 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보호구역의 71%는 최소 1년 이상 전쟁의 위협에 노출됐다. 9년 이상 전쟁에 노출된 보호지역은 25%에 해당했다. 특히 아프리카 내 최대 야생공원이었던 모잠비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은 수십 년의 내전 결과, 동물 개체 수가 90% 줄었다.
여러 생물종 중 아프리카 지역 내 코끼리, 코뿔소, 물소 등 대형 포유류 생존에 전쟁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포르투대 생물다양성 및 유전자원연구센터(CIBIO-InBIO) 연구팀에 따르면 2018년 아프리카 사하라-사헬 지역은 2011년 이후 무력 충돌이 565% 증가했다. 그 결과, 대형척추동물 14종 중 12종이 멸종 또는 멸종 직전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뿐만 아니라 국가 불안정 자체가 야생동물의 생존에 위협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쟁 중인 국가의 정부가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불법 포획 등이 급증하면서다.
CIBIO-InBIO 연구팀은 “증가하는 분쟁과 사회 불안은 생물 다양성 감소를 가속화하고 불법적인 야생동물 포획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연에 대한 전 세계적인 태도 변화를 위한 강력한 의지 확립과 지역 차원의 연구 및 야생 동물 모니터링 계획 시행을 통한 생물 다양성 보존 및 지역 안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이란 지역 내 멸종위기종들도 위험 노출
각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 시 중동 지역 내 자연 생태계가 무너질 것은 거의 확정적이다. 그중 전쟁은 개체수가 적고 자연에서 생존 가능성이 낮은 ‘멸종위기종’들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쟁의 한복판에 위치한 이란에는 주요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페르시아다마사슴(Dama mesopotamica)’이 있다. 어깨 높이 80~110cm, 몸길이 130~240cm의 중대형 사슴종으로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 야생에서만 발견되는 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페르시아다마사슴은 과거 이란 서부 고원과 지중해, 남부 아나톨리아 지역에 이르기까지 서아시아 전역에서 번성했던 종이다. 하지만 잦은 전쟁과 서식지 파괴로 1875년 이후 이란 남서부 지역에서만 발견되다 1950년대 자취를 감춰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중 1956년, 이란 남서부 지역에 남은 극소수의 페르시아다마사슴 개체군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이를 독일 크론베르크 오펠동물원으로 이동시켜 복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IUCN 적색목록에서 ‘절멸 위기’를 뜻하는 ‘위기(EN, Endangered)’ 등급으로 분류되며 집중적 보호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현재 1,000마리 이상으로 개체수가 회복된 상태다.
페르시아다마사슴보다 개체 수가 적은 멸종위기종도 이란 지역에 서식한다. ‘아시아치타(Acinonyx jubatus venaticus)’라 불리는 고양이과 동물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프리카 치타와 외관상 거의 유사하지만 크기가 조금 더 작고 창백한 털색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아시아치타는 현재 이란 동부의 다슈테 카비르 주변 사막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생존 개체 수도 매우 적다. IUCN 적색목록에 따르면 아시아치타는 현재 50여마리밖에 야생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종등급은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이다. 이는 야생에서 절멸당하기 바로 전 단계로 가장 위험한 상태를 의미한다.
박민혜 세계자연기금(WWF) 코리아 사무총장은 “전쟁은 인간뿐 아니라 자연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며 “무력 충돌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식지 파괴와 환경 오염은 지역 생물종의 개체군 감소와 생태계 균형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