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장애인 고용의무제도’. 그러나 일부 기업들이 제도 미이행에 따른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장애인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는 관행이 계속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장애인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3월 1일부터 12일 오후 1시까지 올라온 ‘장애인 전형’ 채용 공고 게시물은 총 71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규직 채용 공고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표기된 기업들조차 계약직 형태로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었으며, 반일제 형태의 채용 공고도 적지 않았다.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는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고용 의무 대상기관은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이다. 이들 사업주는 매년 정해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충족해야 한다. 2026년 국가 및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의무고용률은 3.8%이며, 민간기업은 3.1% 이상이다.
이를 미준수할 경우 사업주는 미달 인원에 대한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또 고용노동부는 매년 말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 고용 미이행 사업체’를 공표한다. 반면 의무 고용률을 초과해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장려금이 지급된다.
현행 장애인 고용의무제도는 장애인의 장애 정도나 채용형태(정규직‧계약직)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경증 장애인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중중 장애인의 경우 계약직 채용조차 쉽지 않다.
계약직 중심의 채용 구조 속에서 장애인의 고용 안정성 역시 낮을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다시 취업 시장으로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다. 급여 수준도 월 100만원대 초중반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장애인을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기보다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받기 위해 직무를 고려해 채용하기보다는 사무실에 나와 시간을 보내는 형태로 채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중증장애인은 대학교를 나와도 채용되기 어렵다. 공무원이 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필기시험에 합격해도 면접 과정에서 장애 정도를 본다.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일에 대한 전문성, 일에 대한 지식, 사회성 등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장애 정도로 판단하는 걸 실감한다”고 지적했다.
김윤민 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라는 이유로 실제 업무 능력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채용을 기피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장애인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하지만 제도의 사각지대나 허점을 활용해 제도를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제도나 정책이 안정적인 고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노동하고 일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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