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지배구조 뭇매 맞은 4대 금융…글로벌 자문사는 노 프로블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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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각 사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며 제도 개선 압박을 높이고 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평가는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 주주총회 안건 전반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인 의견이 이어지면서 당국과 글로벌 시장 판단 사이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4대 금융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한 주요 안건 대부분에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관심을 모았던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연임안에도 우호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23일), 하나금융(24일), KB·신한금융(26일) 주총에서 주요 안건은 큰 진통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지배구조 미흡” 금융당국 vs “문제 없다” 글로벌 자문사

이번 주총 국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당국과 글로벌 투자자 사이의 평가 기준 차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 장기 재임 구조와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 등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최고경영자(CEO) 선임·승계 절차와 이사회 운영 구조 등을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당국은 회장 연임 과정에서 주주 통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는 상대적으로 온건했다. ISS를 비롯한 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회장 연임안뿐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자본준비금 감액 등 주요 이사회 안건 전반에 대해 대체로 찬성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뉴시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자문사들의 평가 방식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금융사고 발생 시 지배구조의 구조적 문제나 이사회 전체 책임으로 폭넓게 묻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이사의 직접 책임 여부와 이후 개선 조치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기준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규제당국은 지배구조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문제를 강조하는 반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실제 의사결정과 책임 구조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주총 앞두고 ‘지배구조 보완 + 주주환원’ 카드

금융지주들도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 보완과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내놓으며 투자자를 상대로 점수 따기에 한창이다.

대표적인 안건이 자본준비금 감액이다. 자본준비금 감액은 자본 계정에 쌓여 있는 잉여금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배당이 자본 환급 성격으로 분류되면서 일반 배당보다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주주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을 낮춘 형태의 배당을 받을 수 있고, 금융지주 역시 세제 효율을 높이면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 금융지주들은 대규모 자본준비금 감액에 나섰다. KB금융은 7조5000억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9조9000억원, 7조4000억원 규모의 감액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안건 역시 글로벌 자문사들로부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대표이사 선임 방식을 기존 이사회 결의에서 주주총회 결의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3연임 시에는 보통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의결 기준을 격상하기로 했다.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의 통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 ‘회장 연임 특별결의’ 도입 논의는 계속

다만 이번 주총이 무난히 지나가더라도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방안 등 지배구조 개선책을 검토 중이다. 다만 4대 금융은 당국 압력에도 '회장 연임 시 특별결의' 도입 내용을 이번 주총 안건에는 상정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을 포함한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이달 중순께 공개될 예정이다.

특별결의는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구해 일반결의(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출석 주주 과반 찬성)보다 훨씬 높은 문턱을 둔다. 국회에서 대표이사 연임 시 특별결의를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양종희 회장 임기가 올해 11월 만료되는 만큼 향후 연임 절차에서 관련 제도가 실제 적용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는 주요 안건이 무난히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금융당국이 보는 것은 개별 안건이 아니라 지배구조 시스템 전반”이라며 “연임안 통과와 제도 개편 논의는 별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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