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유가 ‘200불’ 경고… 최고가격제 도입됐지만, ‘전전긍긍’ 정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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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이란이 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30년 만에 석유제품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최고가격제’를 전격 시행했지만 국제유가가 고삐 풀린 듯 치솟고 있어서다. 최고가격제를 통해 일시적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은 물론 정유사 손실 보전액이 커지면서 재원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13일 정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 상한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이날 0시부터 전격적으로 시행했다. 보통 휘발유는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는 1713원, 실내 등유는 1320원으로 공급가격 상한이 정해졌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변동을 고려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다시 조정할 계획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것은 약 30년 만이다. 정부는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자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 현재 국내 비축유는 약 4개월가량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정부 정책 취지에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글로벌 석유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국내 소비가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하루 약 2000만 배럴 수준이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원유와 석유제품 수송량은 현재 극소량으로 급감했다. 이에 IEA가 전날 32개 회원국이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를 잠재우긴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정유사가 입을 수 있는 손실에 대해 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질 경우 재원을 얼마나 확보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첫날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0.46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9.2% 상승했다. 종가 기준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이란의 강경 발언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란군은 “세계 경제를 파괴할 목적으로 장기 소모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단 한 리터의 석유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국제유가 200달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급등하거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사가 실제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손실 규모가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경험이 있다.

앞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정부는 정유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국내 정유 4사는 100일 동안 리터당 100원을 할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당시 정유 4사가 부담한 손실 규모는 약 7800억원에 달했다.

국내 석유 유통 마진이 크지 않은 구조에서 인위적인 가격 인하가 얼마나 빠르게 손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당시 실제 당시 가격 인하에도 소비자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국제유가 상승 국면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이나 손실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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