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광주 유진형 기자]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그녀의 경기는 웜업존에서 계속됐다
지난 11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의 공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박정아가 부상으로 경기를 뛸 수 없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장소연 감독이 "기록적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공헌하고 있다"며 칭찬한 박정아의 빈자리는 승리가 필요한 페퍼저축은행에게 거대한 구멍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박정아의 얼굴에는 그늘이 없었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여느 때와 같이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히려 동료들의 불안함을 씻어주려는 듯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기 전 연습 시간, 박정아는 벤치에 앉아 쉬는 대신 코트 가장자리로 이동했다.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동료들이 때린 공을 직접 주워 나르고 연습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공을 건넸다.
후배들의 공격이 네트에 걸리면 먼저 다가가 등을 두드렸고,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동료에게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를 불어넣었다. 코트 위에서 팀을 이끌던 리더의 모습은 잠시 내려놓았지만, 팀의 화합을 조율하는 조력자로서의 존재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박정아는 웜업존의 가장 앞자리에 섰다. 득점이 터질 때마다 그녀는 누구보다 크게 환호했고, 실점이 나올 때는 아쉬워하는 후배들에게 괜찮다는 수신호를 끊임없이 보냈다. 벤치에 앉아서도 경기에 집중하며 계속해서 박수를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비록 박정아의 이름이 전광판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보낸 박수와 격려는 코트 위 6명의 선수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부상이라는 개인적인 아픔보다 우리라는 가치를 먼저 생각한 박정아의 모습은 왜 그녀가 이 팀의 리더인지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이날 광주 배구 팬들이 목격한 것은 한 선수의 품격이었다. 화려한 스파이크는 없었지만, 동료를 위해 공을 줍고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박정아의 모습은 승부의 세계에서 꽃피는 팀을 아끼는 마음이었다.
부상을 털고 다시 날아오를 박정아. 그녀가 다시 코트로 돌아오는 날, 페퍼저축은행의 코트는 오늘 그녀가 심어놓은 끈끈한 동료애 덕분에 더욱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한편, 올 시즌 단일 시즌 최고 성적을 거뒀다. V리그에 뛰어든 2021-2022시즌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 탈출을 확정했고, 2024-2025시즌(11승25패·승점 35)의 성적을 뛰어 넘는 단일 시즌 최다승과 최다승점을 확정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1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정관장과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박정아에게는 의미있는 경기가 될 것이다.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못하는 박정아가 후배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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