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주요 상장 보험사들이 이달 중순부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 인선과 정관 개정에 나선다. 특히 이번 주총은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만큼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투명성 강화 조치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한화손해보험 등 주요 상장 생명·손해보험사는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순차적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주총은 상법 개정 이후 처음 열리는 정기 주총이라는 점에서 보험사 지배구조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독립이사 비율 확대 등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관 정비에 나섰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향후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만큼 기존 정관에 명시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거나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안건을 이번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다.
주주환원 정책도 쏟아진다. 현대해상은 보유 자사주 가운데 약 9.3%를 2년에 걸쳐 소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생명 역시 보유 자사주의 약 93%에 해당하는 6296만주를 소각하는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사회 구성 변화도 관심사다. 삼성화재는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재신 전 부위원장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현대해상은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동현 서울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경험이 풍부한 관료 출신이나 금융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주요 상장 보험사 사외이사 32명 가운데 절반인 16명이 관 출신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얼라인 주주제안에 DB손보 맞대응…사외이사 선임 표 대결
올해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DB손해보험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제안 방식으로 추천하면서 회사 측 후보와의 표 대결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DB손보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로 김소희 전 AIG손해보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을 추천했다. 지분 1.9%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와 최흥범 전 삼정KPMG 파트너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얼라인은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에 진입해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공개한 주주서한에서는 DB손보가 외형 성장 중심 전략을 추진하면서 요구자본이 확대됐다고 지적하며 요구자본이익률(ROR) 기반 자본관리 도입과 자본 효율성 제고를 요구했다. 특히 지급여력(K-ICS) 비율 목표를 기존 200~220%에서 180% 수준으로 낮추고 초과 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DB손보는 얼라인 측 후보들이 감사위원 역할 수행에 필요한 보험·금융 분야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주서한 답변을 통해 자본 효율성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건전성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회사 측은 요구자본이익률(ROR) 기반 자본관리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보험계약마진(CSM) 변동에 따른 성과 지표 왜곡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지표를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표 DB손보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에서 “보험업은 계약자 보호라는 공적 책임과 장기 리스크 관리, 주주가치 제고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내실 성장과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적극적인 주주환원과 소통 채널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