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눈을 뜬 곳은 아득한 우주의 한가운데다. 중학교 과학교사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는 아무 기억도 없는 상태로 깨어난다. 희미하게 되살아나는 기억 속에서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임무를 맡고 이곳까지 오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억을 잃은 채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그레이스는 우주 한복판에서 뜻밖의 존재와 조우한다. 같은 목적을 안고 우주에 도달한 존재 로키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두 존재는 각자의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에서 깨어난 한 인간이 인류 멸망의 위기 속에서 마지막 임무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 SF 작품이다. ‘마션’으로 잘 알려진 작가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22년 휴고상 최우수 장편소설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연출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만든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가 맡았다. ‘마션’의 각본을 쓴 드류 고다드가 다시 한번 각색에 참여했고, ‘듄’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굵직한 SF 작품에 참여해 온 제작진이 힘을 보탰다.
거대한 우주 배경 위에 인간적인 정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흥미롭다. 인류의 생존을 건 미션이라는 무거운 설정 속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레이스와 로키가 만들어내는 관계가 자리한다. 서로 다른 존재가 언어와 사고방식의 차이를 넘어 협력해 나가는 과정은 긴장감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유머와 온기를 만들어내며 영화의 리듬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간다.
두 존재가 소통하는 방식은 이 영화만의 독특한 재미 포인트다. 언어도, 감각 체계도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수학과 소리, 과학적 원리를 통해 교감을 시작한다.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 자체가 곧 관계 형성의 과정이 된다. 과학적 사고와 실험, 가설과 검증의 과정이 단순한 설정을 넘어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은 앤디 위어 원작 특유의 매력을 영화적으로 잘 살려낸 부분이다.
이러한 설정은 앤디 위어의 전작 ‘마션’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마션’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한 인간이 과학적 사고로 생존을 이어가는 이야기였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 서사의 방향을 한 단계 넓힌다. 이번 작품에서 과학은 단순한 생존 기술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를 연결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혼자 문제를 해결하던 서사는 협력과 연대로 방향을 바꾸고,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로키의 존재도 영화의 큰 매력이다. 바위처럼 단단한 외형과 여러 개의 다리를 지닌 낯선 모습이지만, 놀라울 만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보여준다. 인간과 완전히 다른 생물학적 구조와 감각 체계를 지녔지만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그레이스와 동등한 파트너로 기능한다. 단순한 외계 생명체를 넘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으로 작동하며 영화의 서사를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시각적인 스케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광활한 우주 공간과 미션 수행 과정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은 SF 장르 특유의 볼거리를 충분히 전달한다. 특히 단순한 볼거리로 소비되기보다 인류의 생존을 둘러싼 위기와 탐사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체감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서사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영화의 중심에는 라이언 고슬링이 있다. 기억을 잃은 채 우주에서 깨어난 인물이 느끼는 혼란과 호기심, 그리고 점차 상황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대부분의 서사를 사실상 혼자 끌고 가야 하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 위기 속에서도 드러나는 유쾌한 매력과 인간적인 공포, 불안의 감정을 함께 보여주며 인물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다.
태양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재난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영화가 이야기하는 것은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연대의 가치다. 필 로드 감독은 “우주 재난 영화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소통을 배우는 두 존재의 이야기”라고 설명했고,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 역시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존재에게 공감과 연민을 배우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러닝타임 156분, 오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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