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기름값… 정부, 정유사 담합 의혹 조사 및 가격상한제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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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1,800원대, 1,900원대까지 치솟았다.  / 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 여파로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1,800원대, 1,900원대까지 치솟았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정유사들의 담합 의혹을 지적하며 현장조사에 착수하고, 가격상한제 카드까지 빼들었다. 다만 정유사들은 담합은 아니며 국제 정세에 따른 영향이 빠르게 반영됐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조짐을 보였다. 특히 이란과 맞닿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지난 3일 이란 정부가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운항을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이곳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급소로 평가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기름값 인상 우려가 제기됐고, 미리 연료를 채워두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통상 약 2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이를 감안하면 3월 중순부터 주유소 기름값이 인상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선 주유소들은 지난 4∼5일경부터 휘발유와 경유 값을 대폭 인상하고 나섰다. 당시 1,600원대 후반에 휘발유를 판매하던 주유소들마저 1,700원대 후반, 1,800원대까지 대폭 인상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단 하루이틀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한 직후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치솟았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한 직후 국내 기름값이 빠르게 치솟았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정유사들과 주유소 등의 담합 의혹을 지적하며 불공정 행위 여부를 들여다보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들여온 기름이 남아있고, 국내 석유 비축량도 약 6개월 치 이상이 확보돼 있음에도 일선 주유소의 기름값이 치솟은 점이 의심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정유사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하는 등 석유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공정위의 기름값 담합 관련 조사는 11일까지며, 이르면 이번주 내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은 국내 기름값을 책정하는 지표들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후 널뛰어 빠르게 반영됐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휘발유, 경유 등 국내 제품가격(기름값)은 국제지표를 따라가게 되는데,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국제 유가 및 현물 가격, 그리고 달러 환율까지 급등했다”며 “우리나라는 싱가포르 시장 현물 가격을 기준으로 소매가격을 결정하는데, 환율과 국제 유가가 빠르게 치솟았고 이로 인해 싱가포르 현물 가격도 따라 올라 국내 기름값도 인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 등 공급망 충격 시 유가가 오르는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사태 장기화에 대한 불안 등으로 국내 수요가 폭증하는 등 다양한 시장 상황이 반영돼 다소 상승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빠르게 치솟은 기름값을 두고 정유사들의 담합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기름값 최고가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 뉴시스
정부는 빠르게 치솟은 기름값을 두고 정유사들의 담합을 의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또한 기름값 최고가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 뉴시스

다만 기름값 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정부는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가격 상한을 제한하는 카드를 빼들었다.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는 산업통상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석유판매업자의 석유 판매가격에 대해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널뛰는 기름값의 안정을 위해 이를 시행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석유 최고가격제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정부가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약 30년 만이 된다.

구체적인 시행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지만, 산업부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선 주유소들은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보다 개인사업자들이 대리점 체제로 운영하는 자영 방식이 더 많아 개별 주유소 가격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최고가격을 2주 단위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기름값 최고가격 책정을) 2주 주기로 설계하려 한다”며 “첫 번째 최고가격은 현재 소비자가 체감하는 시중 가격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주 간격으로 최고가격을 조정하면서 유류세 인하 등 가격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조치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들은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조사를 비롯한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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